“물러날 사람은 물러나야”
“청년층 배치…정치판 뒤집어야”
내년 4월 11일 22대 국회의원 선거는 ‘정권 심판론’ 대 ‘거야 심판론’의 대결 구도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의 정치 지형은 정권 견제론이 5%가량 우세한 상황으로 거의 굳어진 형국이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여당은 10.11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후 인요한 혁신위원회를 띄우며 참패 직후의 초상집 분위기에선 벗어났지만, 본질적 변화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당장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당 지도부·중진·윤석열 대통령 측근 의원들의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위원장직을 사퇴하고 혁신위원회 조기 해산까지도 검토하는 것으로 14일 알려지면서, 당 안팎에선 ‘이러다 폭망’ 한다는 위기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 같은 정치 상황에 대해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만에 우리 정치에서 협치가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이 이사장은 아주경제와 가진 대담에서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과제로 '협치 회복'을 꼽으며,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무너진 협치의 대표 사례로 들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목소리 큰 놈, 싸움을 제일 잘하는 놈이 제일이니 정치를 정치라고 할 수 없다"며 "여야의 협치가 회복돼야 갈등·분열이 줄어들고, 그래야 양극화가 해소된다. 또 양극화가 해소돼야 정치가 공정·원칙에 의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여야 강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한 현재의 정치 양극화 현상을 지적한 것이다. 또 과거 현역 국회의원 시절 ‘개헌 전도사’로 불릴 만큼 개혁파 정치인으로 유명한 이 이사장은 여야의 정치 혁신과 혁명적인 개혁도 언급했다. 이 이사장은 "야당은 야당대로, 그리고 여당은 여당대로 물러날 사람들은 물러나고 그 빈 자리에 싱싱한 젊은이들을 많이 받아들여야 한다"며 "그러려면 당이 혁명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여야 모두 신진 인사를 기용해 당 체질을 바꿔야 한다"며 "당선 가능한 지역에 과감하게 청년층을 배치해서 정치판을 뒤집어 엎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젊다고 해서 무작정 끌어와선 안 된다는 조건도 붙였다.
이 이사장은 "젊은 사람 중에 제대로 자질 갖춘 사람을 뽑아야 한다"며 "정치를 잘못 배운 청년 중에는 속만 늙어서 기성 정치인 흉내를 그대로 내는 사람이 있다"고 예를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말로 젊고 활기차고 노선이 뚜렷한, 그러면서도 미래 정치 희망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 이사장은 최근 논란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돈 봉투' 의혹에 대해서 "민주당이 망하는 길로 돌아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이사장은 "송영길 전 대표 한 사람만 문제라면 그 한 명만 도려내면 되는데, 현직인 이재명 대표도 문제"라며 "전·현직 당 대표 모두가 법정에 설 판인데, 민주당에 무슨 미래가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미래가 있으려면 지금의 민주당을 정통성 있는 야당으로 새로 만들어야 한다"며 "지금 민주당은 껍데기뿐이다. 당내 부패를 청산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정통성 있는 민주당을 만들면 국민들이 기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준석 신당을 기반으로 한 제3지대의 창당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어떤 규모가 됐든 간에 제3지대에서 새로운 당이 나오긴 나올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제3당이라는 것은 스타성 있는 인물 1~2명으로 되는 게 아니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민들께서 '저런 사람들이 모여서 당을 만들면 정치가 제대로 되겠구나'라는 기대치가 있는 인물들이 모여야 한다"며 "그냥 인기 있는 정치인 한두 명이 앞장서면 당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의석 확보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이 이사장은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에 대해 “신당창당은 할 수 있겠지만 현재 양당 구도에서 지금 창당을 해서 성공하기는 어렵다”고 전망을 한 바 있다. 창당을 할 수 있는 기간, 법과 절차에 따라야 하며 창당을 한다 해도 원내교섭단체가 되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에선 내년 총선의 본질은 사느냐, 죽느냐의 싸움으로 전망한다.
리얼미터 영남지사 관계자는 “30%대 중후반의 대통령, 여당 지지율은 매우 약한 고리다. 담대한 중도 보수 진영 재편과 결집을 이뤄내지 못하고 집토끼에만 매달리면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여당 패배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동력 상실로 연결되기에 어떤 쓰나미가 몰려올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