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朴心' 보다 '인지도'에서 압승
▲ © 운영자 이변은 없었다.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 경기장에서 진행된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정몽준 후보가 김황식·이혜훈 후보를 압도적으로 제치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겨룰 본선 후보로 확정됐다. 정 후보는 예상보다 큰 차이의 표차로 승리를 거둬 사실상 압승을 했다.
정 후보는 지난 3월 '경선 3파전' 구도가 형성된 뒤 줄곧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였다.
대선주자급 7선 의원,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아들이자 현대중공업 최대주주, 2002년 한국 월드컵을 유치한 주역이라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그는 인지도 측면에서 김황식·이혜훈 후보를 따돌려왔다. 결국 '1강 굳히기'에 성공한 셈이다.
이날 경선 결과는 정 의원의 높은 대중적 인지도가 당심(黨心)으로 연결됐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당내 친박계(親朴)의 조직력이 비주류인 정 의원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새누리당 광역단체장 경선은 '2:3:3:2 원칙(대의원 투표 20%, 당원 투표 30%, 국민선거인단 투표 30%, 여론조사 20%)'에 따라 치러졌다. 100점 만점에 50점은 당심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아무리 앞서도 현장 투표에서 조직력에 따라 역전이 가능한 셈이다.
정 후보의 최대 라이벌로 꼽혔던 김황식 후보가 이번 경선에 기대를 걸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지도에서는 정 후보에 뒤지지만 당 주류인 친박의 힘이 통할 것이라는 관측이 줄곧 나왔었다.
실제 김 후보는 일찌감치 친박 조직통인 이성헌 전 의원을 영입하며 당심 포섭에 공을 들여왔다. 이 전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국민소통본부장을 맡았으며,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박근혜 캠프 조직총괄 단장을 지냈다.
당내 친박 실세들도 공공연히 '정몽준 보다는 김황식'이라는 메시지를 물 밑에서 던져왔고, 김 후보 역시 경선 막판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제 출마를 권유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본인이 '친박 후보' 임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당심은 비주류 수장격인 정 의원을 택했다. 특히 선거인단 투표결과는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총 투표수 3598표 가운데 정 후보는 2657표를 얻었고, 김 후보는 724표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여론조사도 정 후보 60.2% 대 김 후보 26.0%였다.
당 관계자는 "당원들이 박심보다는 인물을 보고 투표한 것"이라며 "(김 후보는) 의원들이 도왔을 뿐, 현장 투표자들은 다른 선택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후보 측 관계자도 "단기간에 당심을 바꾸기는 어렵다. 정 후보는 7선 의원으로 오랫동안 지역구를 책임지지 않았느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