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생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각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법안 심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 이후 여야가 첫 합의로 이번 본회의서 민생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이에 각종 청문회와 탄핵 등으로 형성된 여야의 극한 대치 국면에 변화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다만, 본회의 전 마지막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 등에서 쟁점 현안을 둘러싼 정쟁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여야는 원내지도부 간의 꾸준한 물밑 접촉을 통해 여야 간 큰 견해차가 없는 비쟁점법안은 28일 본회의에서 최대한 처리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따라서 상임위 논의 과정이 무난하게 진행될 경우 10여개 민생 법안의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최대한 많은 민생 법안 처리를 목표로 본회의 당일 오전까지 상임위 심사가 계속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 역시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해 올린 법안은 되도록 본회의에서 의결하자고 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상속권을 배제하는 민법 개정안인 '구하라법'과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전세사기특별법 등의 우선 처리가 전망된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구하라법'은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 회부돼 있고 전세사기특별법은 국토교통위에서 의결을 마쳤다.
국민의힘이 당론 발의한 '저출생 대응' 법안 중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 고용보험법, 근로기준법 등도 이번 본회의서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우자 육아휴직 기간 연장 등을 골자로 하는 이들 법안은 소관 상임위 심사를 개시하지 못한 상태지만, 이미 야당에서도 다수 유사한 법안을 발의하며 입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빠른 심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독립유공자예우법 개정안도 처리 가능성이 큰 법안으로 꼽힌다. 정부가 지난 6월 발의한 이 법안은 형편이 어려운 보훈대상자에게 부유한 부양의무자가 있더라도 따로 살면 생활조정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주 소관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민생법안들도 본회의 의결에 이견이 없어 보인다. 기술 자료를 부당하게 유용해 중소기업의 피해가 우려될 때 법원에 이를 막아달라고 청구할 수 있게 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이 대표적이다.
취약계층이 도시가스 요금 감면 서비스 지원에서 누락되지 않게 지방자치단체 등이 대신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도시가스사업법', 산업단지 입주 기업의 신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를 위한 '산업 집적 활성화법', 상습적·고의적 임금 체불 사업주에 대한 정부 지원을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도 포함될 전망이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일몰을 앞두거나 제도 시행 유예 기간에 다다른 예금자보호법, 공공주택특별법, 택시운송사업 발전법 등을 통과시켰다. 가덕도 신공항 터의 토지 보상 절차를 앞당기는 내용의 토지보상법 개정안 등과 함께 이번 본회의 처리가 유력하다.
의료법에서 간호사·전문간호사·간호조무사와 관련한 내용을 분리해 별도의 법률로 제정하는 간호법은 지난 22일 보건복지위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해 본회의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여야는 진료지원 간호사의 업무 범위,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 학력기준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