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장기 침체하던 내수를 살리기 위한 조치다.
이번 금리 인하가 시차를 두고 소비와 투자를 끌어올릴지 기대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높은 금리 수준과 부동산 부작용 우려, 꺾인 소비심리로 내수 회복세로 돌아서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진단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3.25%로 0.25%포인트 낮췄다. 38개월 만에 긴축기조가 막을 내린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 인하 배경에 대해 "내수가 회복 중이라 하더라도 잠재성장률보다는 낮은 수준이고, 경제 성장률 자체도 잠재성장률에서 크게 높지 않은 수준이라 불필요하게 기준금리를 너무 오랫동안 긴축적인 수준으로 갈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매파적 인하'를 언급하며 금융 안정을 상당히 고려하겠다고 부연했다.
기재부는 그간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5개월 연속 '내수 회복 조짐'을 언급한 바 있다. 설비투자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부문별로 속도차이가 존재한다는 진단이다. 반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세 달째 내수 부진으로 인해 경기가 제약되고 있다고 판단해왔다. 상품소비가 미약하고 건설투자의 회복이 더디다는 이유다.
긴축 통화 기조가 막을 내렸지만 부진한 내수 회복에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인하된 금리의 효과가 실물경제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되고, 부진이 장기화한 소비·투자가 빠른 시일 내에 살아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건설수주는 누적된 부진을 감안하면 당분간 고전을 면치 못할 거라는 관측이 크다. 다만 이번 금리 인하가 시차를 두고 적용되면 향후 점진적으로 투자가 증가할 수 있다. KDI는 지난 경제동향에서 선행지수의 부진이 완화되는 일부 긍정적 신호를 언급한 바 있다.
다만 굳어진 소비 위축이 살아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최근 소매 판매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소매판매액지수(불변)는 지난해보다 2.4% 감소했는데, 이는 카드 대란으로 내수가 꺾였던 2003년(-2.4%) 이후 최저치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