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기간이다. 내신 기간 공부의 특징은 단기간에 많은 양의 학습 내용을 공부할 수 있다는 것과 시험 보고 나서는 깨끗하게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아이들이 초인적 능력을 발휘해서 어마어마한 기억력으로 수많은 정보를 머릿속으로 넣는 듯하다.
그러나 신기하다. 금방 또 리셋.
다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공부를 해두어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느끼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많은 아이들이 공부하면서 자꾸 잊어버리는 것을 불평한다.“해도 다 까먹어요.”이게 아이들의 잦은 멘트 중의 하나이다. 아이들은 잊어버린다. 아니 실은 우리 어른들도 자꾸 까먹는다. 이건 매우 정상적인 일이다. 인간 중에 잊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학생들도 당연히 같다. 잊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이것에 대한 자세가 차이를 만든다. 잊는 것을 두려워해서 포기하는 아이와 잊는 것을 받아들이고 채우려고 다시 하는 아이. 이렇게 말이다.
대체로 영어 단어 공부를 시키면서 자주 보는 사례들이다.
영어 단어는 백날 외워도 금방 잊는다. 한국어도 자주 쓰지 않으면 잊는 마당에, 말하거나 생각할 때는 전혀 쓰지 않고 문제집에서나 보는 영어 단어가 한번 외웠다고 기억이 나겠는가.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욕심도 많다.
잊어버렸다고 신경질 난다. 자신에게 실망도 한다.
이럴 때마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설명을 해줘서 이해시켜야만 한다. 잊어버린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잊은 것을 접하게 되었을 때 다시 하려 하는 것이다.“아, 맞다. 이거 다시 해야겠다.”, 긍정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잊는 것이 나왔을 때는 그 부분을 다시 공부하면 된다는 신호라고 받아들이자. 공부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럼 그걸 다시 보면 된다.
그리고 이건 우리 어른들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너 이거 배웠잖니! 왜 몰라?”라는 말은 하지 말자. 한번 가르쳐준다고 모든 것을 스펀지처럼 받아들이는 아이는 세상에 1%도 안 된다. 학생이 잊어버렸다면 다시 공부하면 된다고 하자. 가끔은 필자도 자꾸만 잊어버리기만 하는 학생들을 이해시키느라 답답하고 힘든 경우도 있다.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이다. 이해시키고 더 하면 된다고 복돋워 주는 것이 아이가 공부에 재미있게 하고 포기를 하지 않게 하는 길이다.
공부는 한 번에 완벽히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잊어버리는 것을 다시 보고, 또 보고, 반복하는 것이다.
한번 본 것을 잊어서 다시 보면, 잊어버릴 때까지의 시간이 좀 더 길어진다. 그리고 또 그걸 잊은 후에 다시 보게 되면 다음 잊을 때까지의 시간이 그것보다도 더 길어진다.
아이가 잊어버렸다면 같이 이야기해주자.“또 보면 되지. 그리고 다시 잊으면 또 다시 보면 돼. 그렇게 자꾸 보는 것이 공부란다.”공부는 머리가 얼마나 좋은가를 판가름하려는 것이 아니다.
갈고 닦는 것이 공부(工夫) 아니겠는가. 잊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잊어버린다면, 공부할 게 생긴 것이다. 그것만 공부해서 기억한다면 그게 다 맞는 길로 가는 한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