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열쇠'로 불리는 키(25·김기범)가 연극무대에서도 열쇠가 될까.
동명영화(2003)가 바탕인 '지구를 지켜라'로 연극에 데뷔하는 그룹 '샤이니' 멤버 키는 12일 서울 대학로 아트원시어터 1관에서 "이제는 개런티, 극장의 규모보다는 좋은 작품과 장르, 콘텐츠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2003년 개봉한 '지구를 지켜라'는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마니아층을 구축한 장준환 감독의 SF 블랙코미디 영화다.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으나 과대망상증 환자의 페이소스, 현대사회에 만연한 문제의식을 녹여내며 의미를 평가받았다.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구하겠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친 '병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병구에게 외계인으로 지목돼 납치된 '강만식', 병구의 조력자인 '순이', 병구와 순이를 쫓는 '추 형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연극 '지구를지켜라'는 외계인이라는 SF소재를, 마음 속 깊은 상처를 갖고 있는 병구와 그 상처의 원인을 제공한 인물로서 문제해결의 키를 쥔 강만식, 두 사람의 키치적이고 재기 넘치는 소동극으로 그리면서도 문제의식을 놓치지 않는다.
2012년 '캐치 미 이프 유캔'으로 뮤지컬에 데뷔한 이래 4년 간 '삼총사' '체스' '인더하이츠' 등 벌써 총 6편의 뮤지컬에 출연한 키는 연극 출연이 "공부를 위한 계기"라고 판단했다. '인 더 하이츠'에서 호흡을 맞춘 이지나 연출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 이유다. "팀 활동에 기반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재미가 있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새로운 경험을 쌓는 것이 재미있다."
장준환 감독을 만나는 등 2년 전부터 '지구를 지켜라'의 연극화를 준비해온 이지나 연출은 키에 대해 "이전 작품들에서 기초를 잘 다져놓았다. 발성도 좋고 연기를 좋아하고, 목소리가 굉장히 크다"고 평했다. "병구 역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더라. 자세가 좋다고 생각했다.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더니 영화를 몇 번이나 봤다고 하면서 좋아했다. 올해 힘들어서 이 연극을 하지 않을까 생각도 했는데, 키가 언제 하느냐고 계속 이야기를 해서 이 연극을 하게 된 것도 있다"며 웃었다.
개성이 강하기로 유명한 키는 병구에 대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것을 믿는, 천재적인 소년인 것처럼 연기해야 한다. 그런 부분을 잘 살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극본을 쓴 조용신 작가는 "병구는 영화와 연극에서 큰 차이는 없지만 그가 과거에 겪은 일들이 행동에 반영될 수 있게끔 했다"며 "강만식은 탈출하기 위해 애를 쓰는 등 좀 더 입체적이고, 적극적으로 그리려 했다"고 밝혔다.
공연 내내 웃음보가 터지는데 이 연출은 "힘든 세상에 모두 힘든데 공연까지 힘들지는 않게 만들고 싶었다"며 "영화의 부조리한 주제를 어떻게 돌려서 풍자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수위를 맞추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