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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질 바비에', 한국 첫 개인전 개최..
사회

'질 바비에', 한국 첫 개인전 개최

뉴시스 기자 입력 2016/04/13 14:57 수정 2016.04.13 14:57
 

 

"위장이 당이 모자라서 화가났다는 걸 상상해봤다."

죽은 듯 누워있는 한 남자의 뱃속이 열렸다. 스프링처럼 튀쳐나온 장기들이 뿌리를 거느린채 매달린 그림 'Aaaah!'(2004)앞에서 그는 "장기들이 뇌보다 더 강력해졌다"면서 "장기들이 몸에서 빠져나와 자유를 찾아나가는 걸 형상화했다"고 말했다.

"뇌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인 장기들이 됐다"며 배시시 미소를 날린 그는 장난끼가 넘쳤다.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유명한 질 바비에(51)가 한국에 왔다.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 문화행사 일환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한국 첫 개인전을 연다.

12일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작품처럼 '개그와 진지함'을 오갔다. 스피커 소리가 삐익~ 귀청을 찢는듯 울리자, 놀라기는 커녕 마이크로 툭툭 치며 웃음을 건넸고, 큐레이터의 설명이 부족했는지 마이크를 가로채 작품이야기를 자세하게 덧붙이기도 했다.

전시는 놀라움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모든 것을 하고, 모든 것을 시도하라'는 듯 상상력과 자유가 넘친다.

그림이 걸린 전시장 안쪽벽은 검은색으로, 바깥은 핫핑크로 칠해져 극단의 경계를 오간다. 독특한 상상력이 넘쳐나 '성적인 코드'도 희화해되버렸다.

난쟁이 모양의 인물 오브제중 '인간 주사위'는 생태계의 우화를 보여준다. 주사위의 '점'의 숫자대신 남성의 성기로 달아놓은 작품이다. 우스꽝스럽고 징그럽기도 한 모습이지만 작가는 "주사위로 1~6까지 숫자로 선택하는데, 성기가 구를때마다 뭔가 색의 세계를 창조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어떤 흔적, 출생, 출산의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인간 주사위'는 루크 라인하르트의 소설 '인간 주사위'에서 영감받았다. 작가는 이 소설을 읽고 이전까지 벗어나지 못했던 어떤 단단한 생각의 틀을 깨트리는 경험을 했다. "소위 합리적이지 않은 것, 사회 통념에 반하는 것이 때로는 사람에게 더 큰 자유를 줄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13일 개막하는 이번 전시는 '에코시스템: 질 바비에'전을 타이틀로 달았다. 그가 지난 30여년간 매일 생성, 사멸하고 다시 증식하는 우리의 삶과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와 창작의 자유를 보여준다. 회화 조각등 100여점이 전시됐다.

"한국 관람객들에게 꼭 당부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제 작품을 예술이라는 넓은 세계에 존재하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많은 예술작품이 있고 무수한 전시가 있습니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 역시 그 중 하나의 버전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주변의 세상을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이 세상도 우리가 만들수 있었던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하나의 버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느끼실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전시는 7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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