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일간경북신문

식민지 조선을 대하는 일본의 시선과 욕망, 13권 집대성..
사회

식민지 조선을 대하는 일본의 시선과 욕망, 13권 집대성

뉴시스 기자 입력 2016/04/21 14:28 수정 2016.04.21 14:28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의 지식인들은 자국민들이 일본국민으로서 긍지와 일체감을 함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담론을 만들었다. 근대국민국가에 부응하는 내셔널 아이덴티티와 애국심을 높이기 위해서다. 시간이 흐르면서 식민·제국주의적 담론과도 착종하면서 대부분 문명·야만이라는 이항대립적 도식으로 논의되는 경우가 많았다. 근대 일본은 서양과 동아시아 각국을 자국과 비교, 논의를 전개했다. 일본의 우월적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자 중국이나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를 부정적이고 야만적인 이미지로 표상했다. 문학도 이러한 담론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조선의 이야기, 연극, 민요, 동요, 소설 등을 일본어로 소개하거나 연구한 글과 식민지 조선에서의 삶과 여행을 통해 조선의 풍경과 자연, 문화와 일상성을 그린 작품 13권을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일본어문학문화연구센터가 발굴, 번역해 펴냈다.(도서출판 역락)

민요나 전통 문학과 문화 등을 논하거나 연구한 글들, 조선의 자연이나 풍물, 문화를 노래하거나 감상을 남긴 에세이, 조선의 소설, 옛날이야기, 민요, 시조, 구전 동화, 야담, 설화 등 광범위에 걸쳐 조선 문예물을 수집해 번역한 글 가운데 대표적인 작품집과 평론을 우리글로 옮겼다.

‘1920년대 일본어로 쓰인 조선 민요 연구서의 효시 조선 민요의 연구’(이치야마 모리오 편, 엄인경·이윤지 공역)는 1927년 10월 도쿄에서 출판된 ‘조선 민요의 연구’를 번역한 것이다. 최남선, 이광수, 이은상과 더불어 재조일본인 문필가들이 조선 민요를 본격적으로 취급해 논의한 최초의 연구서다.

‘1920년대 재조일본인이 본 조선의 자연과 민요’(이치야마 모리오 편, 엄인경 역)는 일제강점기 국내 최대의 단카(短歌) 잡지인 ‘진인(眞人)’이 1929년 7월 7주년 기념특집호로 기획한 ‘조선의 자연’을 번역한 것인다. 재조일본인 지식인들과 송석하가 조선의 자연과 민요, 전통 문화를 논했다.

‘한반도의 단카 잡지 진인의 조선 문학 조감’(엄인경·신정아 편역)은 1924년부터 1937년에 이르기까지 조선의 문학과 조선의 고대 가요, 조선의 문단 등에 관한 ‘진인’의 기획 기사들을 선별 번역한 것이다.

‘일본인 학자가 본 조선의 연극’(인나미 다카이치 저, 김보경 편역)은 1944년 일본의 연극학자 인나미 다카이치가 저술한 ‘조선의 연극’을 편역한 것이다. 조선 연극의 성격, 조선 연극의 기원이라 볼 수 있는 연중행사, 고악(古樂), 그리고 신극 등으로 이뤄져 있다.

‘근대 일본과 조선 문학’(정병호 편역)은 근대기 이후 일본 내 지식인과 문학자, 그리고 우리나라로 온 재조일본인들이 조선 문학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글 17편을 모아 번역한 것이다.

‘조선인의 단카와 하이쿠’(엄인경 편역)는 1926~1942년 조선인 작가 26명이 창작한 단카 약 190수, 89명의 조선인 작가가 창작한 하이쿠(俳句) 약 640구를 원문과 더불어 번역한 것이다.

‘여행하며 노래하며’(오노에 사이슈 저, 김계자 역)는 근대 일본의 가인이며 문학자인 오노에 사이슈가 1930년 조선과 만주를 여행하며 느낀 감상을 경승을 탐하는 단카와 기행문, 사진 자료로 엮은 기행가집이다.

‘조선풍토기’(난바 센타로 저, 이선윤 역)는 일제강점기 조선과 일본에서 활약한 교육자이자 미술평론가인 난바 센타로가 쓴 조선의 풍광과 문화에 관한 수필을 모아 1928년 출간한 책을 번역한 것이다.

‘재조일본인이 그린 개화기 조선의 풍경’(김효순 편역)은 러일전쟁 전후 국내에서 나온 최초의 일본어 종합잡지 ‘한반도’의 ‘문학’, ‘소설잡조’, ‘문예잡조’ 등에 수록된 문예물을 번역한 것이다.

‘조선정서’(가토 마사토 편, 정병호 역)는 1929년 9월 가노 마사토가 조선 각지의 풍물과 자연경관, 산업 발전과 특산물 등을 노래한 일본어 속요, 조선의 민요와 시조, 조선의 음악과 전통 무용, 기생이나 유녀의 내력 등을 소개한 단행본을 번역한 것이다.

‘재조일본인이 본 조선인의 심상 1·2’(김효순·송혜경·임다함 편역)은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국내에서 간행된 일본어 잡지에 실린 조선의 속담, 야담, 신화, 전설, 민담 등 전통문예물과 전통문학에 관한 평론을 번역한 것이다.

‘일본인이 다시 쓴 옛날이야기 조선의 모노가타리(物語)’(다카하시 도루 저, 편용우 역)는 ‘혹부리 영감’부터 ‘장화홍련전’, ‘춘향전’ 등 28편에 이르는 조선의 옛날얘기를 수집하고 일본어로 번역한 것이다. 일본인이 출간한 한국 전승 전설 첫 자료집으로 자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장 서승원 교수는 “이들 문헌은 식민지 조선이라는 타자와 조우한 근대 일본인의 시선과 욕망이 다양하게 표출돼 있는 자료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간경북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