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셰익스피어가 제대로 교육을 받았을까? 그가 받은 학교교육은 분명 고전 문학과 수사학적 구문에 확실한 기반을 제공했음에 틀림없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굳건한 기반 위에서 자리를 잡은 것은 셰익스피어 자신이라는 사실이다."(35쪽)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1564~1616년)에 관한 대중적인 루머 30개의 진위를 따져본 '셰익스피어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이 번역 출간됐다.
로리 맥과이어 영국 옥스퍼드대 영문과 교수와 에마 스미스 옥스퍼드 하트퍼드 칼리지 지도교수가 함께 쓴 책이다.
셰익스피어에 관한 루머는 참으로 많다. 엘리자베스 1세의 총애를 받았다거나, 아내와 사이가 안 좋았다거나,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등. 저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러한 신화들은 그저 영국의 한 극작가를 추켜세우거나 깎아내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에는 모종의 기능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책은 단순히 특정 루머가 참인지 거짓인지를 판단하는 것을 넘어, 그러한 루머들이 어떤 맥락 속에서 발생했고 어떤 기능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현대 관객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원수 집안의 과수원 담을 타고 올라가는 로미오의 행동에서 별다른 위험성을 느끼지 못한다. 배즈 루어먼(Baz Luhrmann)의 영화에서 묘사하듯 CCTV 보안 시설이 설치되고 셰퍼드와 경비원이 함께 지키는 담이 나와야 비로소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41쪽)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던 유일한 셰익스피어 영화는 로런스 올리비에의 '햄릿'(1948)인데, 거물 후원자 아서 랭크가 완성된 영화를 보고 '너무 근사해서 여러분은 이게 셰익스피어 원작이라는 사실도 모를 것이다'라고 말했다는 (아마도 거짓으로 추정되는) 일화는 셰익스피어와 영화 사이의 어긋난 관계를 입증한다."(273쪽)
저자들은 "우리는 각각의 신화를 별개의 독립적인 이야기로 생각했으며, 반복되는 부분들을 최소화했다"며 "너무 공들인 학문적 글들은 종종 사실을 밝혀 주기도 하지만 더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알기에, 거미줄처럼 읽힌 자료에 대한 이런저런 말에 방해받기 보다는 제시한 자료를 읽기 쉬운 형태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박종성·강문순·조애리·유정화·윤교찬·이봉지·이혜원·최인환·한애경 옮김, 368쪽, 2만3000원, 한울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