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우물은 생명이다. 청산도에는 주민이 함께 사용하는 공동우물이 23개 마을에 모두 70여 개나 있다. 사람이 사는 데 꼭 필요한 것이 물이니, 마을을 이룰 때 우물 찾기가 첫 번째 과제였을 것이다. 나무를 심고 돌담을 쌓아 바람을 막고, 산비탈을 일구고 갯벌을 막아 농사를 짓는 것은 시간과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물 관리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었다. 그래서 정월이면 당제를 지낼 때 빼놓지 않고 샘굿을 했다."(80쪽)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문화관광연구실 소속 책임연구원이 '섬 살이'를 냈다. 저자는 26년째 전국의 섬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섬 연구에 매진해온 '섬 박사'다.
우리가 막연히 꿈꾸고 사랑해온 섬에 대해, 풍경이 아닌 날것의 삶이 속속들이 배어 있는 '살림'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늘날 섬에는 누가 사는지, 어떤 집을 짓고 세간을 마련해서 살림을 유지하는지, 섬사람들이 매일같이 하는 일과 삼시세끼 먹는 밥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섬마을들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생활풍습 등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해녀들은 혼자서 물질을 나가지 않는다. 몇 명이서 함께 나간다. 물질을 할 때도 늘 주변에서 함께 물질하는 해녀와 눈을 맞추고 몸짓으로 대화를 나눈다. 동료의 숨비소리가 들리지 않거나 나와야 할 때 물속에서 기척이 없는 것을 체크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벗이다. 바다에서 경쟁자이자 위험할 때 가장 먼저 달려와 주는 벗이다."(142쪽)
"제주에서 시작된 봄이 부산에 이를 무렵이면 대변항에는 불을 밝히고 멸치 후리는 소리가 구성지다. 이때 멸치쌈밥, 멸치회, 멸치구이를 먹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대변항을 찾는다. 그리고 배가 부르면 포구를 어슬렁거리며 고소한 멸치젓을 찾는다. 뼈가 연해지고 살이 오른 멸치로 담근 멸치젓은 김장을 할 무렵이면 액젓이 된다."(246쪽)
저자는 "우리나라에 사람이 사는 섬이 400개쯤 된다"며 "바다 위에 외따로이 떨어진 섬들은 지형과 자연환경, 주어진 바다가 모두 다르고, 심지어 햇볕과 바람마저 다르다"고 말했다.
"어장이 좋은 곳도 있고, 갯살림이 발달한 곳도 있으며, 말이 섬이지 바다에서 얻어먹을 것이 없어 육지나 다름없는 산중해변도 있다. 그러니 그곳에 적응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도 제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바다라는 거대한 자연을 삶의 절대조건이자 기반으로 안고 살아가야 하는 만큼, 자연을 경외하고 생명을 배려하는 정신이 다양한 전통과 생활관습으로 남아 있다. 이 모든 것이 더해져 섬마다의 고유한 문화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섬은 각각이 하나의 세상이다." 304쪽, 1만6000원,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