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비박간 신경전이 높아지는 가운데 20대 국회의원 사무실도 계파별로 서로 층을 달리하며 사용하는 것으로 23일 나타났다. 뉴시스가 이날 국회 사무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새누리당 친박계는 의원회관의 6층과 10층, 비박계는 7층에 대거 포진하는 식으로 122명의 사무실 배정을 완료했다.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은 19대 국회의 628호에서 601호로 방을 옮겼다. 601호는 정면에 국회 분수대와 도서관이 바로 보이는 전망 좋은 방이다. 기존에 쓰던 628호는 같은 친박계인 청와대 대변인 출신 민경욱 원내대변인에게 넘겼다.
604호에는 최근 비박계 위주 비대위 인선에 강력 반발, 전국위를 무산시킨 친박계 박덕흠 의원이 자리를 잡았다. 박 의원과 함께 친박계 입장을 대변하며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항의한 김선동 당선인은 626호를 사용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당적을 바꿔 친박계로 새롭게 분류되는 조경태 의원도 636호다. 648호는 '신박'으로 급부상한 원유철 원내대표의 방이 됐다.
또 10층에도 여러 명의 친박계 의원들이 자리하고 있다. 국회 부의장이자 5선에 성공한 친박계 핵심 정갑윤 의원은 1006호를 사용한다. 4·13 총선에서 대표적 '진박'으로 통했던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1014호, 유민봉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1015호,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1016호로 나란히 자리잡았다.
10층에는 19대 마지막 원내수석부대표로 친박계를 대리했던 조원진 의원(1018호)이 지난 국회 때와 같이 사무실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6, 10층과 달리 7층에는 김무성 전 대표와 가까운 비박계가 대거 포진하고 있다. 706호를 사용하는 김무성 전 대표의 양 옆에는 측근인 이군현(704호), 강석호(707호) 의원이 자리잡았다. 여권의 험지인 서울 관악을에서 재선에 성공한 김무성계 오신환 의원은 738호를 사용한다.
지난달 26일 당선인 워크숍에서 "진박 마케팅 때문에 우리가 심판을 받았다. 모든 잘못의 중심에 최경환 의원이 있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한 비박계 이종구 당선인은 713호를 배정받았다.
또 유승민 직계로 분류되는 이혜훈 당선인(914호)은 무소속 유승민 의원(916호)의 바로 옆 방을 차지하게 됐다. 가뜩이나 친박들이 이 당선인을 경계하는 와중에 의원 사무실마저도 유 의원 옆으로 배정받아 더욱 눈총을 받게 됐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단 없이 지도부를 형성하고 있는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나란히 946호, 944호를 사용한다.
유력 당권주자들이 이웃사촌으로 지내는 것도 흥미롭다. 친박계 이주영(819호) 홍문종(848호) 의원과 비박계 정병국(801호) 의원이 한 층에서 4년을 함께 보내게 됐다. 정 의원의 801호는 과거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가 사용하던 곳이다. 828호를 사용했던 비박계 나경원 의원은 범친박계 이인제 의원이 사용하던 450호로 자리를 옮겼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이 사용했던 545호는 재선에 성공한 이완영 의원이 19대에 이어 20대에도 사용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썼던 638호는 김승희 비례대표 당선인이 배정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