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국회의원에서 '정치적 자유인'이 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기 대선을 겨냥해 전국 곳곳을 훑는 민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자신의 대선 슬로건과도 같은 '사람 중심' 행보의 일환이기도 하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8일에는 부산지역을 찾아 400여명과 함께 금정산 등반을 했다.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표는 지지자들에게 지난 대선 당시 슬로건인 '사람이 먼저다'라는 사인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 27일에는 경북 안동을 찾아 경북지역 낙선자들과 식사를 했으며 퇴계 이황의 도산서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 17일 오후에는 광주·전남지역 낙선자와 '만찬 회동'을 했고 16일에는 전남 고흥군문화회관에서 열린 소록도 '천사 할매' 마리안느 마가렛 수녀(82·오스트리아)와 마가렛 피사렛 수녀(81·오스트리아), 김혜심 교무의 명예군민증수여식에 비공식으로 참석했다.
여기에 6월1~2일에는 충북 보은 지역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 정도면 가히 대선 후보의 광폭 선거운동에 다름 아니다. 자유인 신분으로 전국을 훑는 것이다.
이같은 문 전 대표의 동선은 그간의 대선 주자와는 사뭇 다르다. 역대 대통령이나 주요 대선 후보들은 대선 전까지 대부분 현역 의원이거나 당 대표 등의 신분이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박근혜 전 현직 대통령과 이회창, 정동영 전 후보 등이 그랬다.
이 때문에 주요 대선 주자들은 좋든 싫든 여의도 정치권에 매어 있었다. 물론 이들의 언행이 시시각각 언론에 보도되는 장점은 있었으나 일반 유권자들과의 대면 접촉은 아무래도 적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문 전 대표는 상황이 다르다. 국회의원도 아니고 당 대표도 아니다. 유권자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자유롭게 득표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는 2006년 서울시장 임기를 마치고 자유인 신분에서 '경제전문가'를 강조하며 득표 활동을 펼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행보와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이 전 대통령동 2006년 7월부터 자유인 신분으로 국내와 국외를 넘나들며 대선 득표전에 임한 바 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강점인 '세일즈 외교'를 강조하기 위해 유럽과 아시아, 호주 등을 방문한 바 있다. 또 한 달간 '파워코리아 미래비전 정책탐사'란 이름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농업, 국토개발, 과학기술 등에 대한 미래국가비전을 구상하기도 했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표가 정당의 대표나 유력 주자로서 여의도에서의 고공 플레이보다 1년여동안 물밑에서 직접 주민과 접촉면을 늘려서 한 표, 한 표 다지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대표께서 그간 이야기한대로 이제 의원 신분도 아니고 자연인인만큼 여의도 정치를 벗어나서 시민과 호흡하는 방향으로 일정을 소화할 것"이라며 "민생현장을 찾아서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전 대선과는 다른 문재인의 승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