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동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종횡무진하며 수많은 금자탑을 쌓아올린 ‘여제’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골프 역사에 한 획을 긋는다.
박인비는 이틀 뒤 미국 시애틀 인근 사할리 골프장에서 열리는 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KPGA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다.
2007년 박세리 이후 9년 만에 탄생하는 LPGA 투어 명예의 전당 가입자다. LPGA 투어 명예의 전당 입회자는 1950년 투어 창립 후 66년 동안 24명에 불과하다.
27세 10개월 28일 만에 명예의 전당에 가입하는 박인비는 박세리가 보유하고 있는 역대 최연소(29세 8개월 10일) 기록을 갈아치운다.
2006년 퓨처스 투어를 거쳐 2007년 프로에 데뷔한 박인비는 2008년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LPGA 투어 US오픈에 최연소로 정상에 오르며 혜성같이 떠올랐다. LPGA 투어와 메이저 대회에서의 생애 첫 우승 트로피이자 한국인으로서는 5번째 메이저 타이틀이었다.
2012년 7월 에비앙 마스터스 제패 전까지 LPGA 투어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던 박인비는 2013년 2월 혼다 LPGA 타일랜드 정상 등극을 시작으로 역사 쓰기에 속도를 붙였다.
그해 박인비는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 LPGA 챔피언십을 싹쓸이하며 한 시즌 동안 3개의 메이저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1950년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 이후 63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었다.
박인비는 2014년에도 LPGA 챔피언십을 통해 또 하나의 메이저 대회 우승을 추가하는 등 3승을 더했다.
이후 그는 2015년 골프 역사에 길이 남을 대형 사고를 쳤다.
박인비는 지난해 8월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진행된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4개 메이저대회 석권)을 달성했다.
이는 사상 7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박인비에 앞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는 루이스 서그스(1957), 미키 라이트(1962), 팻 브래들리(1986), 줄리 잉크스터(1999), 카리 웨브(2001), 안니카 소렌스탐(2003) 등 6명이다.
당시 박인비는 대회를 앞두고 허리 통증에 시달렸다. 그는 마지막 날 3타 차 5위로 출발했지만 7번홀부터 무려 7타를 줄이며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US여자오픈(2008·2013년), LPGA 챔피언십(2013·2014·2015년),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2013년) 타이틀을 갖고 있던 박인비는 브리티시오프으로 부족한 한 자리를 채웠다.
투어 통산 메이저대회 7승을 포함해 총 17승을 거둔 박인비는 올해의 선수상 1회, 최저타수상을 2회 수상했다. 지난해 최저타수상(베어트로피)을 수상하면서 명예의 전당 입회에 필요한 27포인트를 모두 채웠다.
명예의 전당 헌액 조건은 LPGA 투어 활동 10년 이상, 메이저 대회 우승,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올해의 선수 중 최소 1개 이상, 27포인트(메이저 2점·LPGA 우승 1점·베어트로피·올해의 선수 1점) 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박인비는 오는 10일 개막하는 시즌 2번째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1라운드만 마치면 이후 기권이나 컷 통과 여부에 관계없이 명예의 전당 자격을 모두 만족한다. 10개 대회에 출전해야 1년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한편 박인비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메이저 단일 대회 4연패에도 도전한다. 정상에 오르면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이 대회 3연패를 차지한 소렌스탐을 제치고 신기록 보유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