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수조원대 대규모 부실과 분식회계 의혹 등을 사실상 방관했다는 감사결과가 나왔다. 산은은 대우조선 지분 49.7%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0~12월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의 출자회사 관리실태를 점검한 결과 이같은 내용을 비롯해 총 31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고 15일 밝혔다.
대우조선이 수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받고도 부실 덩어리로 전락한 데는 조선업 불황, 유가하락에 따른 수주절벽, 해양플랜트 계약 취소 등 대외적 요인도 있지만 산은의 경영관리 소홀로 부실에 제때 대응할 기회를 놓친 점도 대내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은은 분식회계 적발을 위한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을 구축해 놓고도 대우조선에 대해서는 2013년 2월 이후 재무상태 분석을 실시하지 않았다. 당시 조선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공사진행률 상향 조정 등을 통한 회계분식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산은은 대우조선의 회계처리 적정성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
감사원이 산은의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대우조선의 2013~2014년도 재무제표는 '자료의 신뢰성이 극히 의심된다'는 의미의 최고위험등급(5등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우조선해양이 회계처리기준과 달리 해양플랜트 사업(40개)의 총예정원가를 2013년 5700억원, 2014년 2조187억원씩 임의로 차감한 사실도 확인됐다.
그 결과 대우조선이 2013~2014년 8785억원이라고 공시했던 영업이익은 실제로는 6557억원 적자로 1조5342억원이 과다계상됐다. 같은 기간 3237억원으로 공시했던 당기순이익 역시 실제로는 8393억원 적자였으며 과다계상액은 1조1630억원에 달했다.
감사원은 "대우조선의 부실한 재무상태 파악과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등 적기조치가 지연되고 임원 성과급 65억원, 직원 성과급 1984억원이 부당지급되는 결과도 낳았다"고 지적했다.
산은은 또 대우조선의 해양플랜트 공정 지연 등에 따른 구조적인 자금부족에도 불구하고, 상환 가능성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운영자금을 늘려줬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이 2010~2014년 수주한 선박 중 절반 이상이 해양플랜트인데 2010년 이후에는 모든 해양플랜트에서 인도지연이 발생, 현금성자산 보유상태를 급격히 악화시켰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은 2011년 10월 자금부족을 이유로 운영자금 사전한도 2000억원을 배정받은 뒤 2014년 9월에는 8200억원까지 증액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산은은 해양플랜트 공정이나 인도 지연 상황 등에 대한 구체적 확인도 없이 현금흐름이 나아질 것이라는 대우조선의 말만 믿고 상환가능성이 양호한 것으로 판단, 한도를 증액해줬다.
대우조선은 이렇게 지원받은 운영자금을 단기차입금 상황 등에 사용하면서 수주·건조 활동을 지속했고, 만성적인 자금난을 조기에 파악하지 못한 산은은 재무구조개선 약정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대우조선의 무분별한 자회사 설립·인수에 대한 통제도 미흡했다. 대우조선은 철저한 타당성 조사도 없이 조선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자회사(전체 32개 중 17개)에 투자해 9021억원의 손해를 봤다. 또 플로팅호텔 등 5개 사업의 경우 이사회 보고·의결 절차를 누락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보고한 뒤 투자를 추진해 3216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그런데도 산은은 이사회 의결 과정에 아무런 검토의견도 내지 않았으며 지난 5년 이상 산은 부행장 출신들이 맡아왔던 대우조선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모든 안건에 찬성만 하는 '거수기'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