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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발레리나 홍지민, "백조처럼 시련과 아픔 이겨냈..
사회

발레리나 홍지민, "백조처럼 시련과 아픔 이겨냈다"

운영자 기자 입력 2016/07/28 17:13 수정 2016.07.28 17:13

  발레리나 홍지민(29)은 수많은 발길질을 하며 떠있는 백조처럼 시련과 아픔을 이겨냈다.
 덴마크왕립발레단의 유일한 아시아인 무용수로 우뚝 섰다. 그녀의 시련의 농도를 깊이로 따진다면 심연과 같다. 가느다란 팔과 다리로 무장한 그녀의 춤이 물 속에서 유영하듯, 우아해보이는 이유다.
 시련은 열여섯살때 찾아왔다. 평생 할 것 같았던 발레를 못하게 되면서 주체할수 없는 슬픔에 빠졌다. 좋아하는 화가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풍경을 벽에 붙여놓고, 그림을 그리며 마음을 다스렸다. 가족의 힘이 컸다. 아버지 (홍순우·전 경남도 정무특별보좌관)는 그림을 그리는 딸을 보며 "우리 딸은 역시 예술가야"라고 추켜세웠고, 웃음으로 다독거렸다.
 세월은 무심했다. 스무살이 됐고, 재활치료는 계속됐다. "가장 힘들었던 건 소속감이 없었던 점. 또래 친구들은 발레단에 들어가는데 누워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까웠어요." 아쿠아운동을 위해 전국의 좋다는 수영장을 찾아 누비는 등 치료 역시 쉽지 않았다.
 2010년 운명이 찾아왔다. 캐나다 국립발레학교 재학 시절 홍지민을 눈여겨보던 캐나다국립발레단에서 입단 기회를 줬다. 잡아야 했다. 몸이 부서지는 한계에서도 화려한 몸짓을 선보이며 2개월 만에 정단원이 됐고, 그간의 공백을 만회했다.
 "지금도 제 자신과 싸우고 있어요. 조금이라도 아프면 아직 겁부터 나거든요. 등산을 가서 산을 내려울 때도 발을 하나하나 조심히 내딛는 등 조심하고 또 조심하죠. 근데 점점 시간이 해결해주더라고요. 제 자신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발레를 하면서 삶이 다시 시작됐고, 성숙함도 더해졌다. 2014년 운명의 여신이 찾아왔다. 부상을 당해 터널의 어둠 속에서 헤맬 때 그녀에게 한 줄기 빛을 안겨준 소렐라 엥글룬드(Sorella Englund)가 덴마크왕립발레단 오디션 제의를 한 것이다.
 "캐나다 국립발레단도 너무 좋고, 현지 생활에도 적응을 해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새롭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죠."
 덴마크 왕립발레단에 입단했다. 아시아인으로 유일한 무용수로 또 다시 외로움과 직면했다.
 "지금은 적응을 잘 해내가고 있지만 초반에는 역시 쉽지 않았어요. 첫 클래스를 들어갔는데 선생님이 덴마크어로 설명을 하시는 거예요. 어렸을 때 영어를 하나도 못해 캐나다로 갔을 때가 떠올라 울컥하더라고요. 예전에는 중국분이 계셨지만 지금은 아시아인으로는 저 혼자라 외로움도 크고."
 게다가 탈장 수술, 운동 기구에 머리를 맞아 뇌진탕에 걸리는 등 다시 건강 문제가 겹치면서 반 년 가량을 치료와 휴식을 병행 해야만 했다.
 하지만 "발레단에 들어갈 수 있을지조차 모르던 10대 후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이내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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