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는 웁니다'는 무대 공연이고 노래 등이 접목된 형태다. 나로서는 조심스럽고 긴장된다."
드라마와 영화를 종횡무진하며 걸출한 연기력을 뽐내는 배우 고두심(65)이 첫 악극에 출연하는 심경이다. 그녀는 18일 오전 서울 종로 나인트리컨벤션에서 열린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 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만 주로 하다가 악극이라는 조금 색다른 장르에 도전한다"며 조심스러워했다.
1972년 MBC 5기 공채 탤런트 출신인 고두심은 MBC는 물론 KBS, SBS 3사 연기대상을 휩쓴 정통 연기파 배우다. 1976년 '미란돌리나의 연인들' 출연을 시작으로 꾸준히 연극 무대도 병행해왔으나 노래가 접목된 무대극에 출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식밖에 모르고 살아온 어머니 '최분이'를 연기한다.
본인은 가수가 아닌 연기자라 자신이 없어 뮤지컬 출연은 하지 않았다는 고두심은 "악극은 연극의 형식에 노래가 꼭 필요할 때 들어온다"며 "'불효자는 웁니다'의 어머니는 '여자의 일생' 1절을 부르는 것밖에 없어 용기를 냈다"고 웃었다. 이날 애절하게 '여자의 일생'을 직접 부르기도 한 그녀는 "가수처럼 잘 불러야 하는 대목이 아니라고 스스로 위안하고 있다"고 웃었다.
악극이 본인의 정서에 맞는다고도 했다. "나는 머물러 있는 사람이고 느리게 발전하는 사람인데 악극 속에는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미풍양속이 녹아들어 있다"며 "이번 공연으로 불씨를 키워서 아름다운 문화상품으로 만들었으면 한다"는 마음이다.
이번 악극 출연에는 전작인 tvN '마이 디어 프렌즈'에서 함께한 김영옥(79)의 영향도 컸다. 이 드라마에서는 김영옥이 엄마, 고두심이 딸을 연기했는데 이번에는 어머니인 최분이 역에 더블캐스팅됐다. 김영옥은 지난 시즌에도 이 작품에 나왔다.
"굉장히 존경하는 선배인데 ('불효자는 웁니다'에 나오는) 노래 '여자의 일생'을 입에 달고 살더라. 악극으로 인한 정열적인 모습을 보면서 그것이 좋았는지 함께 임하게 됐다"고 웃었다.
고두심은 '대한민국 국민 엄마'라는 수식어가 붙은 배우다. 드라마 '전원일기' '꽃보다 아름다워' '내일이 오면', 영화 '인어공주' '엄마' 등에서 주로 '엄마' 캐릭터로 활약했다. 연극 '친정엄마' '사랑별곡'도 있다. 최근작인 '디어 마이 프렌드'에서는 직업이 있는 현대적인 엄마였다.
"이번 엄마는 한국의 참 엄마다. 남의 나라에 짓밟힌 상황에 모든 것이 없을 때도 헌신하고 자기 것을 모든 내주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한다. 지금까지 한 엄마들이 뭉뚱그려 녹아나는 엄마라고 하면 될 것 같다."
9월10일 용산 국립중앙박물관극장에서 개막하는 '불효자에 웁니다'에는 고두심 외에 TV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1998년 초연 당시 24회 공연으로 10만 명이 관람하는 등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모정의 세월' '부모님 전상서' '봄날이 간다' 등 90년대 악극 흥행을 이끌었다. 17년만인 지난해 부활, 5만명을 끌어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