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나이로 서른여덟, 불혹까지 얼마 남지 않은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37)이 빛난 한 판이었다.
전북현대는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알아인(아랍에미리트)과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에서 레오나르도의 2골을 앞세워 2-1 역전승을 거뒀다.
2006년 이후 10년 만에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리는 전북은 극적인 역전승으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아랍에미리트 원정길에 오른다.
레오나르도의 2골이 있었지만 이동국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다. 보는 이에 따라 이동국을 1차전의 주인공으로 꼽을 수준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후반 18분 선제골을 내주자마자 이동국에게 '준비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동국은 0-1로 뒤진 후반 20분에 교체로 들어갔다.
이동국이 그라운드에 서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을 만큼 이날 경기의 흐름은 그의 교체 투입 이후 달라졌다.
알아인의 즐라코 달리치 감독은 "전북이 선제골을 내주자 곧장 공격수(이동국) 한 명을 더 투입했다. 전술적인 측면에서 잘 준비가 된 것 같다"며 경기의 포인트로 평가했다.
일단 레오나르도의 동점골을 도왔다. 이어 이동국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 후반 31분에 나왔다.
왼쪽 측면에서 수비수 2명을 데리고 패스 타이밍을 쟀고, 틈을 노려 김신욱을 향해 감각적인 패스를 올렸다.
알아인 수비수는 골문으로 쇄도하던 김신욱을 잡아서 넘어뜨려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수비의 방해가 없었다면 김신욱이 머리로 역전골을 터뜨릴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모습이다.
사실상 이동국이 유도한 페널티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예리하고 정확한 크로스였다. 레오나르도는 페널티킥을 역전골로 연결했다.
이동국은 "정말 이런 경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팀이 뒤지고 있을 때, 교체로 들어가면 압박감이 대단하다"며 "2차전에선 유리한 흐름에서 선취골을 넣어 상대가 급한 경기를 할 수 있는 장면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동국은 결승을 앞두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이라는 기회가 나에게 또 올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이번이 내가 우승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2차전 알아인 원정이 남아 있어서일까. 이동국은 공동취재구역에서도 쉽게 미소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어린 선수들은 나중에 또 다른 기회가 있을 수 있지만 나는 그리 많지 않다. 누구보다 절실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이기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한다. 어차피 90분씩 2경기를 해야 한다"며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알아인이 홈에서 더 강력한 것을 보여줄 것이다. 상황에 따라 극단적인 전술을 들고 나올 수도 있다. 침착하게 준비하겠다"고 했다.
K리그 클래식 3연패에 도전했던 전북은 지난 6일 FC서울과의 최종라운드에서 패하며 좌절을 맛봤다. 안방에서 서울의 잔치를 봐야 했다.
이동국은 "후배들에게 특별한 이야기를 하진 않았다. 다만 우리 가슴 속에는 (전북이)K리그 챔피언이라는 생각이다. 최고의 시즌을 보냈고, 또 자부심이 있다"며 "목표로 하고 있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한다면 (아쉬움은)모두 사라질 것이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2년 연속으로 아랍에미리트에서 동계 전지훈련을 보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그 곳에서 할 줄 알고 그랬나보다"며 "꼭 우승트로피를 들고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2차전은 한국시간으로 26일 오후 11시25분 알아인의 홈구장 하자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