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소프라노 조수미의 중국 공연이 끝내 불발되면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에 대한 보복으로 불거진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이 클래식음악계로 번지는 모양새다.
조수미는 2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인 트위터에 "저의 중국투어가 취소됐음을 알립니다. 그들의 초청으로 2년 전부터 준비한 공연인데 취소 이유조차 밝히지 않았습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어 "국가 간의 갈등이 순수문화예술분야까지 개입되는 상황이라 안타까움이 큽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국 특파원 발로 자신의 공연 취소를 알린 뉴욕타임스 기사를 링크했다.
조수미는 다음달 19일부터 광저우 심포니와 협연하는 광저우를 시작으로 23일 베이징, 26일 상하이로 이어지는 중국 투어 공연을 앞두고 있었다.
중국 측은 지난 22일이 돼서야 조수미와 협연 불가를 알렸다. 광저우와 상하이 콘서트는 조수미 대신 중국 소프라노 잉 후앙, 베이징에서는 중국 소프라노 림핑 지앙이 대신 오른다.
이번 조수미 공연의 포디엄에 오를 예정이던 지휘자이자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아들인 정민 역시 중국인 지휘자 양양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조수미는 다만 다음달 3~4일 홍콩에서 진행되는 공연에 예정대로 참여한다.
앞서 지난 19일(현지시간) 클래식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가 운영하는 클래식음악 뉴스 사이트 '슬립드 디스크(Slipped Disc)'에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중국 비자 발급이 거부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클래식음악계에 한한령에 대한 우려가 일었다.
백건우는 애초 오는 3월18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의 비자 발급이 거부되면서 중국의 떠오르는 피아니스트 사 첸(Sa Chen)으로 교체됐다.
레브레히트는 파리 기반으로 활동하는 백건우의 이번 비자 발급 거부를 중요한 사안으로 봤다.
그는 "백건우는 2000년 9월 중국에서 공연을 위해 초청을 받은 첫 한국인 아티스트였다"며 "(이번 공연 취소는 사드에 따른)지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중국 베이징은 지난해 11월 이후 한국 연주자의 공연에 대한 허가를 내준 바가 없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 계획 중이던 한국 연주자의 중국 내 투어 역시 사드로 인해 유야무야된 바 있다.
영국 런던의 대형 클래식음악사가 기획한 데다가 세계적인 디바 마리아 칼라스에 대한 헌정으로 준비한 조수미의 이번 공연까지 무산되자 클래식계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 6개월 전 계약이 끝났던 이 건에 대해 중국 비자 발급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불안감이 고조된 바 있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광저우 심포니 등 중국 오케스트라들은 조수미의 출연 금지 이유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방송과 K팝을 비롯한 대중문화에 이어 순수예술분야까지 한한령을 드리우면서 양국의 관계가 얼어붙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클래식음악계 관계자는 "정치적인 것과 별개로 양국 간 문화 교류는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성숙한 대응을 촉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