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음악가들은 연주할 작품에 대한 이상적인 그림을 품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그림이 무대 위에서 완벽하게 펼쳐지는 순간은 없어요."
러시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엘리소 비르살라제(75)는 '살아있는 피아노의 전설'로 통한다. 매번 완벽한 무대를 선보이는 그녀지만 스스로 만족스럽다고 느낀 무대는 없었다고 고백하는 완벽주의자이다.
오는 16일 금호아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앞둔 비르살라제는 뉴시스와 e-메일 인터뷰에서 "사실 100% 나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무대는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비르살라제는 리흐테르, 호로비츠와 더불어 한 시대를 풍미했다.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여류 피아니스트로 통한다. 러시아 정부로부터 가장 큰 영예에 빛나는 '최고예술상'을 수상한 러시아 피아니즘 제일의 정통 후계자다.
야코프 자크로부터 이지적인 냉철함과 날카로움, 하인리히 네이가우스로부터 낭만성과 무한한 상상력을 이어받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만 75세의 나이에도 정확성과 견고한 해석에서 우러나오는 카리스마가 특기할 만하다.
수많은 후배 피아니스트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알렉세이 볼로딘을 비롯해 한국의 피아니스트 박종화와 김태형 등이 대표적이다. 현존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통하는 키신 역시 비르살라제를 사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유명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도 위촉되고 있다.
비르살라제는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단순히 기교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교육이 수반되는 것이기에 아주 많은 것들에 대한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자신의 교수법에 대해 짧게 답변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다만 자신이 분명히 말할 수 있는 부분은 "학생의 재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주 깊숙한, 근원적인 것부터 발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진짜로 연주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스스로가 무대 위에서 연주할 준비가 됐는지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해요. 이는 그 연주자의 성격에서도 기인하는데, 일부는 너무 겸손해서 스스로에게 너무 엄한 잣대를 들이대고는 하죠."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는 학생에게 '너는 연주할 준비가 안 됐다'고 솔직히 말 할 줄도 알아야한다고 했다. 앞선 경우와는 반대로, 어떤 학생은 자만하고 야망이 강해서 실제 자신의 모습을 정확히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학생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을 하고 그를 기반으로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제공해줘야 합니다."
이번 무대는 비르살라제의 슈만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비르살라제의 슈만 연주는 리흐테르로부터 "이 시대의 가장 정교한 슈만 음악의 해석자"라고 칭송 받은 바 있다. 비르살라제의 첫 내한을 당연히 반기지만 너무 늦게 한국을 찾는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동시에 나온다. "아쉽게도 전에는 내한공연에 연이 닿지를 않았어요, 이번에 한국을 처음 방문하게 돼 아주 기대가 되고 기분이 좋아요. 아쉽게도 한국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한국인 친구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보낼 시간에 대한 기대 또한 큽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