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아역 출연 부분이 마무리되고, 이영애와 송승헌이 본격 등장하는 5회부터 반전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시청률은 더 떨어졌고, 경쟁 드라마인 '김과장'은 매회 최고 시청률을 넘어서고 있다(16.1%). 100% 사전 제작 드라마이기 때문에 시청자 의견을 반영해 대본을 수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할 수 있는 건 재편집인데, 이미 시도했고 그마저도 통하지 않고 있다.
13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이영애도, 한류스타 송승헌도 전혀 통하지 않는다. 대중은 한국 드라마가 처음 시도한 '사임당'에 대한 접근에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뭐가 문제길래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는 시청자 외면을 받고 있을까.
'워킹맘의 예술과 사랑' 뜬금없어
집에서 편하게 누워 공짜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드라마는 공감이 전부인 콘텐츠다. 신선한 소재로 절절한 사랑에 푹빠지게 하든지('도깨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물이 사회에 일침을 가할 수 있어야 한다('낭만 닥터 김사부').
그렇다면 '사임당'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드라마가 내세우는 건 '워킹맘'으로서 사임당과, 삼각관계 속 사임당이다.
'사임당'은 2014년께 제작에 들어가 지난해 5월 촬영을 모든 촬영을 마친 뒤 편성을 기다렸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는 사실상 3년 전 드라마다. 반면 일반적인 드라마의 경우 본격 제작에서 첫 촬영까지 3개월이면 끝이다.
지난해 말 터져 현재진행형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대중의 정서를 바꿔놨다. SBS '피고인' MBC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은 물론이고, '사임당'의 경쟁작 '김과장'은 모두 권력에 대항하는 인물이 주인공인 작품이다.
다시 말해, 사임당의 예술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지금 대중에게 뜬금 없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대중은 드라마가 지금 내 생각을 대변해주기를 바란다. 3년 전에 제작된 드라마가 현재 시청자의 생각을 따라갈 수가 없는 거다. 지금 누가 위인을 통해 교훈을 얻고 싶을까. 사람들이 원하는 건 소시민의 이야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사임당'에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고 분석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