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교육열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다. 교육의 성취 결과도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하는 학업성취도 국제 비교 연구(PISA)와 국제 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가 주관하는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 비교 연구(TIMSS) 결과를 보면, 한국 학생들의 평가결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처럼 높은 교육열은 한국을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지난 2007년 12월 세계은행이 '한국의 지식경제보고서' 발간을 기념해 개최한 세미나에서 데릭 첸(Derek Chen)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1960년~2005년간 한국이 이룩한 실질 1인당 GDP의 75%가 광의의 지식축적에 기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는 한국 교육에 대해 부러워한다. 그들은 한국이 높은 교육열과 우수한 교원, 선진화된 교육시스템과 교육환경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한국 교육을 본받아야 한다고 자주 언급할 정도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이런 평가에 대해 겉만 보고 속을 들여다보지 못한 것이라고 코웃음 친다.
실제로 한국 교육은 그동안 외형상 양적 성장을 거듭해왔다. 일제강점기 때는 민족해방의 길이 교육에 있다는 믿음으로 선각자들이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전쟁 때는 국가의 모든 인프라가 파괴된 상황에서 천막교실에서 아이들 교육에 매진했다. 그 결과 민족해방과 국가발전의 초석을 마련했다.
그러나 교육기회가 보편화되고 교육의 양적 성장을 거듭하는 동안 국민들은 희생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6월 25일 발표된 ‘2013 OECD 교육지표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의 공교육비는 GDP 대비 7.6%로 OECD 평균보다 높았다. 하지만 민간부담 공교육비 비율은 2.8%로 OECD 평균(0.9%)의 3배에 달한다.
또한 대학등록금은 사립대의 경우 OECD 12개 국가 중 4번째, 국·공립대는 OECD 25개 국가 중 3번째로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고등교육단계 정부지출 공교육비 중 교육기관 직접 지출 교육비(91.5%)는 OECD 평균(78.3%)보다 높지만, 민간 보조금 비율은 8.5%로 OECD 평균 21.7%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아직도 국가가 부담해야 할 교육비를 학생·학부모가 부담하고 있다. 여기에 연간 20조 원이 넘는 사교육비까지 부담하고 있다. 특히 상급학교 진학과 관련한 입시 경쟁, 성적 중심의 줄 세우기 평가 등 경쟁 중심 교육은 온갖 교육적 폐단을 만들고 있다.
국민들의 교육 만족도 또한 낮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올해 2월 9일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한‘교육여론조사 2013’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중고교에 대한 만족도는 5점 만점에 2.49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학교 교육에 대한 전반적 평가는 2012년 2.90에서 지난해 0.41점이나 떨어졌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국 교육에 대해 우리 국민이 코웃음 치는 이유는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하지만 한국 교육은 세계적으로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교육의 양적 성장과 발전도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특히 대한민국 발전을 견인한 것이 '교육'이라는 점은 대단한 교육의 성과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와 사회가 바뀌면서 한국 교육은 기로에 서있다. 시대와 사회변화는 교육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 교육은 사회변화에 부응하고, 선도할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 8일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5·31 교육개혁을 재조명하면서 지켜야 할 교육의 기본적 가치는 유지하고, 새로운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교육의 새로운 틀을 모색할 때”라는 뜻을 밝혔다. 황 장관이 '5·31 교육개혁 재조명'을 언급한 것은 주목할 일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교육개혁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대표적인 게 1996년 김영삼 정부 시절의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5·31 교육개혁 방안’이었다. 그 후 5·31 교육개혁 성과를 평가해 장기적인 교육종합계획을 준비하자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별 움직임은 없었다.
기로에 선 한국 교육은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정부가 장기 교육종합계획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