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설마했다. 더욱이 그는 제주 지역의 최고위 임명직 관리이자 범죄수사의 총책임자인데 그럴리가 있나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경찰은 2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폐쇄회로(CC) TV속 음란행위를 한 인물이 김 전 검사장이라는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 당일인 12일 오후 11시32분부터 11시52분까지 20분 동안 제주시 중앙로 왕복 7차로 도로변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음란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음란행위를 한 장소가 모두 여고에서 100∼200m 떨어진 곳이었다. 여학교 앞 ‘바바리맨’이 현직 검사장이었던 셈이다.
그래놓고 그는 서울까지 올라가서 “산책하고 있는데 경찰이 느닷없이 체포했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마치 검·경 갈등의 희생양이나 되는 것처럼 발뺌을 하고 혐의사실을 부인한 그의 처신이 가증스럽다. 그는 경찰 발표 후 변호사를 통해 “수치스럽고 죽고 싶다. 수사 결과를 인정하고 전문가와 상담해 치료받겠다”는 심경을 피력했다. 늦었지만 잘못을 시인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검찰의 김 전지검장을 의원면직 처리한 것도 꼬리자르기나 제식구 감싸기로 보일수 밖에 없다. 사건 발생 직후 제주 현지에 조사차 내려갔던 대검 감찰본부 관계자들은 김 전 지검장의 음란행위 사실을 상당부분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뇌부는 수사의 신속성과 공정성이라는 명분으로 징계도 없이 서둘러 의원면직 처리를 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김 전 지검장에게 공연음란죄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이 이번에도 ‘제 식구 감싸기’로 대응한다면 국민의 신뢰가 땅바닥에 떨어질 것은 불을보듯 뻔하다.
아울러 검찰은 이번 사건을 단순히 `공연음란죄'로만 처벌해선 안된다. 그는 이미 경찰 연행 과정에서 자신의 신분을 속였을 뿐 아니라, 혐의 사실을 부인해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사회를 혼란속으로 몰아간 혐의도 간단치 않다.
이번 사건으로 검찰 내부 인사 시스템에도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특유의 순혈주의와 폐쇄적 조직문화가 특권의식으로 똘똘 뭉친 괴물들을 만들어 내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이번 기회에 검찰은 도덕성으로 무장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뼈를 깎는 대개조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