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소비자심리지수도 지난해 9월 이후 최저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크리스마스 트리 용품 상점이 불을 밝히고 있다.
"성탄절 분위기요? 잊은 지 오랩니다. 매출도 최악입니다."
성탄절 분위기가 실종됐다. 12월 반짝 추위로 패딩 등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조금 늘었지만 전반적으로 우울한 사회 분위기와 침체된 소비 심리로 인해 크리스마스의 활기찬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성탄 카드와 연하장 판매가 눈에 띄게 줄었고 매년 이맘때면 서울 시내 번화가 거리에 울려퍼지던 캐럴도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성탄 카드는 모바일 메신저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대신하고, 캐럴은 저작권 이슈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24일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 한해 정치,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사건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연말연시 분위기가 즐겁지만은 않다"면서 "캐럴도 줄고 사람도 많지 않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 향후 1년간 소비자들의 물가전망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6%로 사상최저치를 기록했다. 체감심리를 나타내는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102로 전월보다 1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다.
서울시내 대형 성탄카드 매장은 예년보다 손님이 20∼30% 줄었다.A백화점 문화매장의 성탄카드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25% 이상 격감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도 성탄절이라 판매가 조금 늘기는 했지만 예전처럼 특수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전언이다. 12월에 매출이 늘긴 했지만 11월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워낙 경기가 안좋았고, 그나마 발생하는 매출도 추워진 날씨 때문에 패딩, 장갑, 머플러 등 겨울 용품을 사려는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머플러나 장갑 등 패션 잡화 쪽 판매가 늘긴 했지만 고객들이 선물용으로 구매한 것인지 방한용으로 구매한 것인지는 알수 없다"면서 "크리스마스 때 선물하는 시계나 주얼리 등의 사치용품은 오히려 성장률이 지난해에 비해 조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롯데백화점의 경우는 제2롯데월드몰이 롯데시네마와 아쿠아리움의 영업정지로 인해 에비뉴엘의 매출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매출이 늘어야할 성탄절과 연말에 오히려 매출이 줄고 있는 것.
신세계백화점은 그나마 최근 일주일간 매출이 올라왔지만 성탄절 특수라기보다는 11월에 소비를 줄였던 잠재 수요가 12월의 추운 날씨로 인해 소비를 늘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형마트의 경우도 장난감이나 일부 파티용 음식들이 매출을 견인할 뿐 성탄절 특수가 예전만하지 못하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12월에 날씨가 추워지면서 침구류나 의류 등이 판매가 늘어 소폭 신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마트에서도 저작권 문제로 캐럴을 틀 수 없다보니 성탄절 분위기도 많이 나지 않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