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 정철규
상주취재본부장
기해천수(祁奚薦讐)는 춘추시대에 진(晉)나라 도공(悼公)의 신하 기해(祁奚)가 자기의 후임자로 그의 원수인 해호(解狐)를 천거하였는데 해호가 취임하기 전에 죽자 또 그의 아들 오(午)를 천거한 고사로서 공평무사(公平無私)한 마음씨를 이르는 말이다.
인사는 만사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인사처럼 어려운 것이 없다. 공평한 평가를 통해 사람을 쓰는 것이 어렵다 보니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가까운 사람을 쓰기 마련이다.
청와대가 지난 23일 조직개편과 인적쇄신안을 전격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총리에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내정하고 청와대 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청와대 인적 쇄신 관련해 국민의 10명 중 5명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을 표시했다.
이번 개편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니, 회전문 인사 또는 비선 인사라는 말들이 온통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다. 이런 말이 나오지 않으려면 먼저 그 자리에 적합한 인사를 공정하게 천거해야 한다.‘기해천수(祁奚薦讐)’의 기해 같은 정도(正道)에 입각한 공평무사한 인사만이 조직원들의 화합과 결속을 끌어낼 수 있다. 조직이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편 지난 19일 상주시에서도 민선 6기 이정백 호의 첫 조직개편이 마무리됐다. 공직사회 전반이 뒤숭숭한 가운데 승진 명단을 놓고 희비가 교차했다. 누군가는 축배를 들고 또 다른 누군가는 고배의 쓴잔으로 위로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사 후 쏟아지는 이런저런 푸념과 자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조직과 본인 누구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사가 모두의 입맛을 만족하게 할 순 없다. 오죽했으면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 시장도 첫 조직개편을 앞두고 “정말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할 정도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선 6기 이정백 호의 첫 조직개편은 어수선한 조직분위기를 최소화시켰고, 대체적으로 무난했다는 시청 안팎의 평가다.
조선조 실학자 순암 안정복(順菴 安鼎福)은 고을을 다스리는 수령이 멀리해야 할 세가지 타입의 관리로 勢吏(세리) 能吏(능리) 貪吏(탐리)를 들었다.
권세를 믿고 멋대로 조종해서 자기 名利(명리)만 좇는 자인 세리, 윗사람을 능숙하게 섬겨 총애를 잡고 재주를 부려 명예를일삼는 자인 능리, 백가지 계교로 교묘히 私利(사리)를 구하고 자기 몸만 살찌게 하는 자인탐리를 경계한 것이다.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훌륭한 지도자로서의 자격조건이다. 더불어 상주시에 기해천수(祁奚薦讐)의 기해(祁奚) 같이 비록 원수라 할지라도 자신보다 더 훌륭한 인재를 기꺼이 천거할 줄 아는 공직자가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