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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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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북의 소리

운영자 기자 입력 2015/02/23 18:57 수정 2015.02.23 18:57
2016년 새해엔 ‘나눔의 기적’으로
▲     © 방기태 국장님
경향신문 1964년 10월 8일자에 발표된, ‘수출의 노래’ 가작으로 당선된 김대식 씨의 작품은 다음과 같다. ‘지혜와 땀방울 함께 쏟아서/모두가 뛰어난 우리 제품들/만들자, 보내자, 벌어들이자/번영에의 외길은 수출뿐이다/ (후렴) 일터마다 거리마다 넘치는 활기/늘어가는 수출에 커가는 나라’ 그때는 오로지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대명제로, 수출에 국력을 다 기울였다. 심지어 ‘여러분의 오줌은 귀중한 외화를 벌어들입니다’이라는 표어가 화장실마다 붙어있었다. 낙서가 결코 아닌, 그때의 현실이었다. 오줌에는 중풍 치료제인 유로키나제가 들어 있었다. 오줌이 수출품이 된 이유이다. 이는 대충 지난 60년대부터 70년대 전반까지 일이다. 이로부터 수출한 덕에 지금은 그때보다 잘 살고는 있다.
현재는 2015년대로써 21세기이다. 하지만 잘 살되 정말로 잘사는가를 짚어보면, 아니라는 답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 직면하고 있는 측면도 없지 않다. 70년대 전후에 취로사업자의 하루 일당은 남자가 850원, 여자가 530원에 그쳤다. 모인 인원은 1만 8,000명 정도이었다.
15년 동안이나 한국을 취재한 경력을 가진 마이클 브린(‘한국인을 말한다’는 책의 저자) 기자(記者)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은(직장이나 가정에 대해) 너무 많은 의무감에 사로잡혀 있다. 그렇다 보니 자신의 시간이 부족해지고, 삶의 만족도는 떨어진다’고 짚었다. 이어 ‘바쁘게 사는 게 미덕이었던 사회, 이제는 개인에게 시간을 돌려줄 사회적 책임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라고 단적으로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주머니 사정’과 반비례하는 ‘시간의 주머니’를 말한다. 주머니 기적을 일구는 사이에 사생활(私生活)의 주머니는 텅 비고 말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머니 사정의 격차’를 보고자 한다. 지난 한 해 50명 가까운 어린이(13세 이하)가 주식으로 억대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보유 주식 평가액(이달 3일 종가 기준)이 1억 원 이상 늘어난 어린이는 모두 46명이었다. 이 기간 가장 큰 수익을 올린 어린이는 박진오 대봉 엘에스 대표이사의 딸(11)이다. 박 양이 보유한 대봉 엘에스의 지분 평가액은 1년 전보다 23억6천500만원 늘었다. 반대로 봉급쟁이의 소득에 대한 납세자연맹의 통계에 따르면, 연봉 5천900만원 근로자 3년간 실질소득 664만원이나 줄었다. 이유는 소비자 물가 상승과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4대 보험료가 해마다 인상됨에, 2012년에는 약 140만원, 2013년에는 220여만 원이나 감소했다.
지난해 임금체불액이 5년 만에 최대 규모인 1조3천억 원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근로자 29만3천명이 1조3천195억 원의 임금이나 퇴직금 등을 받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체불임금 피해 근로자 수와 발생액은 전년보다 각각 9.8%와 10.6% 증가한 것으로, 2009년 30만1천명이 1조3천438억 원의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한 이후 5년 만에 최대 규모다.
신입사원으로 입사를 꿈꾸는 구직자 2명 가운데 1명은 채무자(債務者)라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취업포털 사람인은 구직자 89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6.8%가 빚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의 평균 부채(負債)는 2천769만원으로 집계됐다고 지난 9일 밝혔다. 남성 구직자의 빚이 2천924만원으로 여성 구직자의 채무(2천218만원)보다 700만 원 정도 많았다. 빈곤사회연대는 지난 10일 ‘기초생활수급 노인에게도 기초연금 지급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제출된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에서는 여전히 기초연금을 소득으로 산정하도록 되어있다. 기초생활보장법이 개정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했지만 여전히 기존의 사각지대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실질적으로 지급하기 위해선, ‘중복급여’나 ‘소득역전’ 운운할 것이 아니라 기초연금을 소득 산정액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듀오웨드가 최근 2년 안에 결혼한 신혼부부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5 결혼비용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신혼부부 한 쌍 당 결혼자금으로 평균 2억3천798만원을 사용했다. 이 중 남성은 평균 1억5천231만원(64%), 여성은 8천567만원(36%)를 분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많은 돈이 만약에 부채(負債)이라면, 첫 출발선부터 부채를 떠안고 있는 셈이다. 이렇다면 참 딱한 노릇이다. ‘1,083... 819... 577... 521... 476... 471... 412... 405... 403... 341...’ 우리나라 집 부자들 10명이 각기 소유하고 있는 주택의 수의 숫자이다. 모두 5,508채이다.(진보정치 2006년 6월 4일자/ 강신준 교수의 글에서 재인용) 비록 2006년의 집 부자들이나 지금의 사정은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가 않다면, 참으로 모든 집들을 이들이 몽땅 가지고 있다고 할만하다. 통계가 유체이탈(遺體離脫)할 지경이다.
통계치만 잔뜩 늘어놓으니, 재미가 없다. 그러나 재미가 없다고 할망정, 분통터지는 구석만은 있다. 잘 살아보자면서 오줌까지 수출했는데, 그 오줌을 도대체 ‘누가 다 마시고 다가져갔는가’ 묻고 싶다. 아침마다 일하기 전에 수출의 노래까지 불렀는데, 돌아온 것은 월급쟁이 주머니가 빈털터리뿐이다. 70년대 전후만 해도 봉제(縫製)와 신발사업이 수출의 역군들이었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가 수출의 역군들이다. 그 옛날 봉제와 신발이 디지털로 바뀌었다. 바뀐 자리에는 부(富)가 한곳으로 집중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바뀐 빈털터리 자리를 메우는 작업을 할 때가 되었다.
메우려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외마디 소리만 지른다면 안 된다. 프랑스 소설가 알퐁스 도데는 ‘증오란 약자의 분노’이라고 말했다. 증오든 분노든 신자유주의 시장논리를 벗어나야 한다. 우리 모두가 벗어남의 노력을 다할 때이다. 이게 정공법이다.
정초부터 열 받기보다는 시 한편을 읽는다.
‘황새는 날아서/말은 뛰어서/거북이는 걸어서/달팽이는 기어서/굼벵이는 굴렀는데/한 날 한 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반칠환/ 새해 첫 기적)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인 자유?평등?사랑을 계량화(計量化)하여 사익을 위한 권력, 탐욕적인 치부(致富)와 세습, 공적인 아닌 개인적 명예 따위의 부박(浮薄)한 담론과 물량(物量) 사고(思考)가 판치는 요즘이다.
2016년의 새해에는 위와 같은 통계가 환상적인 만남으로 반칠환의 시(詩)처럼 바위에 앉은 채로 ‘나눔의 기적’으로써, 함께 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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