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농 폐문 관광객 전무...수십억 혈세‘어디갔나’
텅 빈 동경이 전시장 견사.
경주시가 관광자원화를 목표로 천연기념물 제540호 경주개 동경이의 사육 및 전시를 위해 조성한 ‘동경이 마을’이 사실상 개점휴업인 상태다. 사육농가의 문은 굳게 닫혔고 평소 이 마을을 찾는 관광객의 수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25일 경주시 건천읍 탑골에 있는 ‘동경이 마을’의 동경이 전시장 견사는 텅 비었고 관리인도 없었다. 마을의 동경이 사육농가에도 주인이 없거나 문이 닫혀 동경이를 구경할 수 없었다.
이 마을은 지난해 대통령 직속기관인 지역발전위원회의 창조지역사업으로 선정돼 경주시가 8월에 지정식을 가지고 9월에 동경이 9마리를 분양했다. 당시 분양식에서는 당시 보존협회 이사장이 “마을을 전국 애견 동호인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주시는 이 마을에 동경이 벽화를 제작하고 폐가를 이용한 민박집 조성, 동경이 자료 전시장, 반려동물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애견운동장 등을 만들었다. 경주시의 창조지역사업은 3년동안 모두 11억2천500만원이 투입된다.
당초 이 마을은 30가구 정도였으나 대부분 마을을 떠나고 9가구가 남았다. 보물 제908호로 지정된 용명리 3층석탑 때문에 마을 전체가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됐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경주시가 이 마을을 동경이 마을로 지정한 것도 여러모로 불이익을 받고 있는 농가 소득 증진이라는 점이 고려됐다.
하지만 관광자원화로 육성하겠다던 경주시의 목표는 위치 선정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관광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오지에 위치했고, 원활한 교통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또, 동경이를 직접 보고싶어 마을을 방문해도 사육농가의 주민이 연로해 쉽게 개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실제로 경주시의 담당자도 “동경이를 주제로 한 행사 때나 보존협회 직원 등이 가면 개방이 된다”고 말했다.
임동근 촌장은 “전시관의 견사는 행사할 때만 동경이를 전시하고 그 외에는 사육농가에서 기르고 있다”며 “마을의 구성원들이 나이가 많아 관광객이나 방문객들을 편리하게 안내하지 못하는 점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임 촌장은 또, “경주시로부터 견사 조성과 사료 지원을 받고 있으며 보존협회로부터 질병관리를 받고 있다”며 “아직 홍보가 미흡하고 마을이 워낙 외진 곳에 위치해 관광 활성화가 이뤄지기에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민들도 이 마을의 존재 여부조차 알지 못했다. 반려동물 애호가 최경숙(36·황성동)씨는 “동경이 마을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접하지 못했다”며 “경주시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경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홍보를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시는 현재의 용명리 외에 앞으로 불국사, 보문, 양동, 형곡 지구에 4개 마을에 동경이 마을을 추가로 지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강경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