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우 군 입대 악재 넘어 리그 4연패 달성
흔히 말하는 국내 4대 프로 스포츠(야구·축구·농구·배구) 중 가장 압도적인 챔프를 꼽으라면 남자프로배구의 삼성화재일 것이다.
삼성화재는 2005년 출범한 V-리그에서 총 10번의 챔피언결정전에 모두 나서 8번이나 정상을 밟았다. 우승 확률이 80%나 된다. 다른 프로 스포츠에서는 유례없는 일이다.
2007~2008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7년 연속 왕좌에 오르면서 국내 프로 스포츠 최다 연속 우승 기록도 갈아치웠다.
워낙 장기간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은 탓에 '공공의 적'이 된 것은 당연지사.
2014~2015시즌 정규리그에서도 수많은 팀들이 독주를 막기 위해 힘을 쏟았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삼성화재는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2011~2012시즌 리그 우승컵 수집 작업을 재개한 이후 어느 덧 4연패다.
늘 그렇듯 올 시즌 삼성화재는 "이번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 출발대에 섰다. 그럴 만도 했다. 아가메즈와의 재계약과 문성민의 부상 회복을 마친 라이벌 현대캐피탈이 설욕을 별렀고 대한항공도 마이클 산체스를 눌러 앉히면서 김학민의 전역 이후 승부수를 준비했다.
OK저축은행은 막강한 자금력으로 세계적인 센터 시몬을 영입해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반면 삼성화재는 득보다 실이 컸다. 토종 거포인 박철우가 지난 9월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실패로 1라운드도 마치지 못한 채 군 입대로 팀을 떠났다. 신인 외의 전력 보강은 신인지명권을 내주고 데려온 리베로 곽동혁이 유일했다.
시즌 초반 분위기는 춘추전국시대와 다름없었다. OK저축은행은 연일 돌풍을 일으켰고 대한항공도 안정적인 전력으로 선두권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삼성화재는 이들을 사정권에 두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봤다. 그러더니 2라운드 전승으로 단숨에 선두 자리를 꿰찼다.
박철우의 빈자리는 김명진이 메웠고 간혹 등장하는 황동일도 라이트 공격수로서 숨겨뒀던 재능을 뽐냈다. 세터 유광우는 아픈 발목을 부여잡고 정확한 토스로 길을 열었고 이선규-지태환이 지키고 있는 센터진 또한 견고했다. 레오의 존재감이 여전했던 것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
최대 위기는 올스타전 직후 재개된 5라운드에서 찾아왔다.
4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경기 중 폭력 파문을 일으킨 이선규가 2경기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를 당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던 김명진마저 허리 통증으로 결장하면서 팀이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삼성화재의 1위 DNA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전력과의 5라운드 첫 경기를 패한 삼성화재는 사실상의 1위 결정전으로 주목을 받던 지난달 10일 OK저축은행전을 3-0 완승으로 마무리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이후에는 순항을 거듭한 끝에 4년 연속 정규리그 패권을 손에 넣었다.
숱한 견제를 뿌리치고 다시 한 번 자신들의 우월함을 입증한 삼성화재는 8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또 다른 기록 달성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