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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야외전시장서 17년만에‘장승제’..
사회

국립민속박물관, 야외전시장서 17년만에‘장승제’

운영자 기자 입력 2015/03/04 16:03 수정 2015.03.04 16:03



한해를 시작하는 정월 보름은 한국의 세시풍속에서 비중이 크고 뜻이 깊은 날이어서 특별히 ‘대보름’이라 일컫는다. 마을의 평안은 곧 마을 사람들의 평안으로 이어지기에 마을을 깨끗한 공간으로 정화하고 정성을 다해서 동제(洞祭)를 지낸다. 그래서 1년 열두 달의 첫 보름달이 충천하는 상징적인 날인 대보름에 동제가 가장 많이 열린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015년 을미년 정월 대보름을 맞이해 5일 오전 10시30분 박물관 야외전시장에서 장승제를 연다. 충남 청양군 정산면 용두리 노루목마을 주민 30여 명이 참여하는 이 행사에는 장승 만들기와 세우기, 장승제가 진행된다.
노루목마을은 국립민속박물관과 자매결연마을로 1998년 국립민속박물관 야외전시장에서 장승제를 연 바 있다.
용두리(龍頭里)에서는 매년 정월 열 나흗날 장승제를 지내면서 묵은 장승과 오릿대(솟대)를 뽑고 새로 만든 장승을 세운다. 한때(1970년대에) 단절됐다가 마을에 우환과 불상사가 많이 발생하면서 다시 부활하게 됐다.
용두리 장승은 형태가 단순하면서도 순박한 인상이다. 장승의 첫째 임무가 마을 안으로 침범하는 재액(災厄)과 잡귀잡신(雜鬼雜神)을 막아내는 것이기에 될 수 있으면 무섭고 험상궂게 표현하지만 결국은 마을 사람들의 심성과 표정을 닮게 된다.
남상(男像)은 ‘천상천하축귀대장군지위(天上天下逐鬼大將軍之位)’, 여상(女像)은 ‘동서남북중앙축귀대장군지위(東西南北中央逐鬼大將軍之位)’의 명문을 표기한다. 남장승은 하늘과 땅의 귀신을 쫓아내고, 여장승은 여러 방향에서 침범하는 귀신을 쫓아내는 기능을 한다.
노루목마을에서는 매년 대보름에 장승제를 열어 한 해 동안 마을의 액을 물리치고 평안을 기원하고 있다. 이처럼 마을에서 실제로 행해지는 장승제를 국립민속박물관 야외전시장에 그대로 옮겨 진행한다.
장승제 외에 충북 옥천군 동이면 청마리 마티마을과 충남 논산시 상월면 주곡리 술골마을에서는 마을 앞에 세워졌던 장승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해 야외전시장과 상설전시실 전시에 활용한다.
마티마을은 원탑과 솟대, 장승, 산신당의 4가지의 복합적인 제당 형태를 띠는 희귀 사례다. 장승과 솟대는 윤달이 드는 해에만 새로 제작해 세우고 제의는 정월 대보름 아침에 지낸다. 돌탑은 충청북도 민속문화재 제1호로 지정돼 있다.
술골마을은 청주양씨, 함평이씨, 전주이씨의 집성촌으로 현재도 ‘3파 회의’가 마을의 중대사를 결정하며 제관도 이들 3성에서 돌아가면서 담당한다. 주곡리 장승제는 정월 열나흗날 지내며 마을 입구 장승배기 양편에 각각 10여 기의 목장승과 솟대, 1기의 선돌, 장승샘이 있다. 장승제는 논산시 향토유적 제2호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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