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가 강단에 서서 성공 비결을 알리는 포맷은 낯익다. 사연을 가진 일반인들이 자신의 살아온 날을 털어놓고 느낀 바를 말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명사가 등장해 미래를 말하는 KBS 1TV '명견만리'도 유사한 포맷이다. 내로라하는 이들이 무대에 서서 각자의 말을 청중들에게 전하는 식이다. 그런데 또 다르다.
"KBS는 국내서 가장 뛰어난 다큐멘터리를 가지고 있다. 그 다큐멘터리가 훌륭한 메시지를 담아왔지만, 한계가 있었다고 봤다. 오늘날 6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를 수용자 처지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했다. '명견만리'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정현모 PD)
제작진은 수용자 친화적인, 쌍방향적인 방법으로 다큐멘터리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렉처멘터리'라는 조어다. 강연(Lecture)과 다큐멘터리(Documentary)를 조합한 이 단어는 프로그램의 성격을 설명한다.
정현모 PD는 "일종의 프레젠테이션 쇼"라고 말했다. "매력적인 강연자들이 취재진과 함께 진정성 있는 취재를 한다. 그 취재를 근거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프레젠테이션 형식"이라며 "뜬구름 잡는 미래가 아니라 절박한 트렌드와 중대한 미래 이슈를 다룰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강연과 다큐멘터리와의 결합이라는 형식을 들고 명사들을 섭외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는 프로그램의 또 다른 차별점이다.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서는 이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다. TV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는 프로그램 취지에 공감,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 이후 3개월에 걸친 중국 현지 취재도 거쳤다.
"다큐멘터리는 문법이 귀납적이지만, 강연은 문법이 연역적이다. 결론을 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식이다. 예전 다큐멘터리에 출연했을 때 강연이었다면 명쾌하게 전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아쉬움이 조금 남았었다. 강의와 다큐멘터리를 섞은 이 프로그램에서는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포맷 자체가 흥미로웠다."
트렌드 전문가인 그가 선택한 주제는 중국이다. 그중에서도 중국의 19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을 일컫는 '주링허우'다.
"일본과 중국의 변화는 놀랍다. 반면 우리 사회는 답답한 측면이 있다. 경종을 울리고 싶다는 순수한 의미로 방송에 임했다"는 그는 "중국의 청년들이 힘을 내는 데는 사회의 전반적인 지원과 지지가 바탕이 된다. 우리가 청년들에게 힘을 내라고 할 때는 그 힘을 낼 수 있는 자연스러운 분위기와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
김난도 교수에 이어 장진 감독, 가수 서태지, 김영란 교수 등이 출연해 각자의 주제를 전할 예정이다.
박지은 PD는 "강연 때 단순히 알고 있는 걸 풀어내는 게 아니라, 취재 현장에서 만났던 사람 등을 통해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있다. 본인이 알고 있던 것과 접목해 강연 내용이 풍족해지는 장점이 있다"고 자랑했다.
12, 13일 밤 10시 첫 방송을 내보낸 뒤 26일부터 매주 목요일 밤 10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