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현
슬픔이란
서산에 지는 붉은 노을 같은 것
장엄하게 떠오르는 해는
얼마나 쓰린 어둠의 시간들을
걸러야 했는가를
비로소 깨닫는 것일지니
북풍한설 맞바람 맞으며
질긴 세월 삭여 온 개국일지니
보아라
어느 누군들 꽃피워
지난 이야기 하고 싶지 않겠는가
어느 누군들 열매 맺어
희망의 불씨 지피고 싶지 않겠는가
소나무 숲 가로지르는
못난 바람 한 줄기
와락 포옹하며 멱살 움켜잡고
진달래 멍울 피우듯
모질게 채찍질한다
참았던 울음소리 클수록
흐드러지게 피는 꽃
매운 밤을 참고 견뎌야
얻어지는 인생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