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드림걸즈' 베스티 유지‘괴력의 열창’
비욘세(34)를 꿈꾸던 걸그룹 멤버가 마침내 꿈을 이뤘다. '베스티'의 메인보컬 유지(24)는 최근 충무로에서 만나 뮤지컬 '드림걸즈'의 '디나' 역에 캐스팅된 날 "잠을 못잤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드림걸즈는 미국의 전설적인 흑인 R&B 여성 그룹 '슈프림스(Supremes)'를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다. 걸그룹으로 함께 활동한 소녀들의 꿈과 사랑을 1960년대 흑인 솔(Soul) 넘버로 풀어냈다. 198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2006년 영화로 옮겨졌고 당시 디나 역을 비욘세가 맡았다. 한국에서는 6년 만에 2번째 라이선스 공연 중이다.
유지는 불과 두 번째 뮤지컬 출연작에서 여배우들의 로망인 배역을 꿰찼다. 그녀는 지난해 '풀하우스'로 뮤지컬에 데뷔했다. 당시엔 조연이었다.
"비욘세는 제 꿈이다. 두 번의 내한공연(2007·2009) 모두 보러 갔다. '드림걸즈' 디나 역의 오디션 곡이 (비욘세가 부른) '리슨'이었는데, 그 노래를 부른 것만으도로 감격이었다. 뮤지컬 출연 편수도 많지 않고, 연기도 못하고. 솔직히 베스티의 인지도가 큰 것도 아니고, 제가 티켓 파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합격했다는 연락이 왔을 때 너무 기뻐 울었다."
기적은 무대 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유지는 노래하는 순간 영락없는 디나다. 노래 좀 한다는 가수 지망생들이 대거 몰린 서울예대 실용음악과에서도 가창력으로 손꼽혔던 그녀다. 괴력을 발휘하는 '에피' 역의 차지연·박혜나·최현선에게 밀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데 자신만의 노래를 시원스럽게 부른다.
"처음에는 저 때문에 망칠까봐 걱정이 많았다. 선배님들이 모두 '너는 딱 디나야'라고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 본래 목소리가 허스키한데 에피 가창 역시 그래서 내 안의 좀 더 부드러운 목소리를 찾고자 노력했다."
무엇보다 겉모습이 디나다. 이 역은 노래만큼 외모가 중요하다. 외모로 메인 보컬 자리에서 에피를 밀어내기 때문이다. '예쁜' 비욘세가 맡았던 역이니 말 다했다. 하지만 키가 168㎝인 유지는 공연 내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낼만큼 '디나 역에 딱'이라는 평이다.
"처음에는 정말 겁이 났다. 제가 너무 존경하는 가수가 맡았던 역이기도 해서 '내가 감히 어떻게…'라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조금씩 용기를 내고 있다."
신인인만큼 아직 일반 대사 톤은 어색하다. 스스로도 인정하는 모습이 더 믿음직스럽다.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까지 조연출님과 대사 톤을 고치고 또 고치고 있다. 처음이라 후기를 다 찾아보고 있는데 어느 분이 '유지 다른 것은 다 좋은데 대사가 엉망'이라고 적으셨더라. 솔직히 상처를 받았다. 이후에도 계속 보고 있는데 또 다른 분이 '대사가 처음보다 많이 늘었다'고 적으셨다. 정말 기뻤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더 용기를 내는 계기가 됐다."
걸그룹 이야기라 실제 걸그룹으로 활동하는 자신에게 극 속 상황이 더 와닿는다고 했다. "뮤지컬에서도 멤버들끼리 노래를 부를 때마다 매번 울컥한다. 특히 해체를 앞두고 마지막에 디나가 에피를 소개하는 장면. 디나가 내 상황이라고 생각하면서 좀 더 걸맞은 연기를 하고자 한다."
비욘세를 꿈꾸던 그녀는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 생활을 거쳤다. 지난해 '위아래'로 인기 걸그룹 반열에 오른 '이엑스아이디(EXID)' 전 멤버이기도 했다. 본래 뮤지컬배우는 유지의 계획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뮤지컬이 진심으로 좋아졌다.
'풀하우스'로 뮤지컬에 도전할 때는 "처음 하는 장르라 마냥 신이 났다. 춤도 추면서 노래도 부르고 연기도 할 수 있으니까"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뮤지컬 자체가 매력적이다. "'드림걸즈' 첫날 공연의 에피가 차지연 선배님, 디나가 윤공주 선배님이었다. 두 분이 너무 멋있어서 커튼 콜 때 절로 기립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내 공연 때 저를 위해 기립박수를 쳐주시는 관객들이 있더라. 그 관객의 마음을 아니,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이었다."
원래 눈물이 많지만 '드림걸즈'에 출연하면서 눈물이 더 늘었다고 수줍게 웃었다. 이내 앞으로 출연하고 싶은 뮤지컬이 생겼다며 눈을 빛냈다. '시카고'다. 애인에게 배신당하는 섹시한 매력의 '록시 하트'를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가수와 뮤지컬배우 활동을 겸하는 옥주현(35), 아이비(33)가 맡았던 역이다.
"아직 뮤지컬배우라는 수식이 어색하지만, '드림걸즈'가 끝났을 때는… 좀 더 성장해있으면 좋겠다. 연기도 잘하고. 그렇게 해서 '시카고'도 하고 싶고."(웃음)
'드림걸즈', 5월25일까지 잠실 샤롯데씨어터. 에피 차지연·박혜나·최현선, 디나 윤공주·박은미·유지, 프로듀서 신춘수, 연출 데이비드 스완, 음악 감독 원미솔, 무대 디자이너 오필영, 조명디자이너 이우형, 음향디자이너 권도경. 러닝타임 170분(인터미션 포함) 오디뮤지컬컴퍼니·오픈리뷰. 6만~14만원. 1588-5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