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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기곡경(旁岐曲徑)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방기(旁岐)'는 샛길을, '곡경(曲逕)'은 굽은 길을 가리킨다. 이 사자성어는 조선 중기의 유학자 율곡 이이(李珥)가 《동호문답(東湖問答)》에서 군자와 소인을 가려내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제왕이 사리사욕을 채우고 도학을 싫어하거나, 직언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구태를 묵수하며 망령되게 시도하여 복을 구하려 한다면 소인배들이 그 틈을 타 갖가지 방기곡경(旁岐曲逕)의 행태를 자행한다"고 한 데서 비롯되었다. 이로부터 바른 길을 좇아 정당하게 일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하는 일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한편 지난 11일 전국에서 조합장동시선거가 치러져 이날 농 축협 1115명과 수협 82명, 산림 129명 등 1326명의 조합장이 새로 당선됐다. 사상 처음으로 치러진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에서 3백 명 넘는 선거사범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조합장 선거일이었던 11일까지 입건된 선거사범은 모두 369명으로, 이 가운데 19명이 구속됐다. 입건자 가운데엔 당선자도 80명이 포함돼 있어, 재판 결과에 따라 당선이 무효가 되는 사례도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형 별로는 금품선거사범이 62.9%로 가장 많았고, 흑색선전사범이 13% 뒤를 이었다. 이번 선거는 일반 공직선거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선관위가 직접 관리했지만, 금품살포와 흑색선전 등 불법, 혼탁선거로 얼룩졌다.
이같이 조합장 선거가 혼탁이나 고질적인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조합장의 보수와 권한이 너무 많다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합 별로 약간 차이는 있지만 연봉이 1억 원이 넘는 곳이 수두룩하고 조합운영의 절대적인 권한이 조합장에게 있다 보니 당선만 되고 보자는 식의 선거문화가 가시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공직선거와 달리 후보자 본인 외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고 합동토론회나 연설회도 금지됐기 때문이다. 당초 농협법에는 선거관리위원회 주최 합동연설회나 공개토론회로 후보자의 정책을 비교할 수 있는 선거운동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국회 심사과정에서 이를 포함해 언론기관 및 후보초청 대담 토론회 조항이 모두 삭제됐다. 현행 조합장 선거운동에서 허용되는 것은 명함배부, 어깨 띠,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지지호소문 게재, 문자메시지 전송 등 4가지가 전부다. 자신이 출마한 조합 사무소는 물론 병원, 교회, 조합원의 집도 방문할 수 없어 방기곡경(旁岐曲逕)의 선거운동이 횡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있었다. 한편 상주 성동초등학교(교장 박오덕)에서는 지난 13일 콜팝선거 No! 우리 손으로 공정하게 뽑아요!란 슬로건을 내걸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전교 어린이회 임원을 선출했다.
투표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학교와 어린이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후보들의 공약을 듣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선출된 임원들은 모든 일에 솔선수범해 학교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이번 전교어린이회장단 선출을 통해 성동초등 어린이들이 민주주의의 정신을 배우고 자신들이 학교의 주인임을 알아가는 선거와 전국조합장선거를 지켜보면서 선거의 아이러니한 현실이 느껴진다.
이번 제1회 전국조합장 동시선거는 마무리 됐지만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문제점은 조속히 해결돼야 할 과제로 남게 됐다.
아울러 상주관내에서 당선된 새로운 조합장들은 물론 재선에 성공한 이들도 과정은 부족했지만 방기곡경(旁岐曲逕)의 행태를 멀리하고 맡은 임무를 양심에 따라 깨끗한 경영으로 화합하고 발전하는 조합으로 이끌어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