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인류의 생존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일찍부터 사람들의 주요 관심 대상이었다. 매우 이른 시기부터 회화와 공예의 문양 등의 소재로 다뤄졌다. 회화의 시작인 바위그림과 동굴 벽화 등에서도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옥기와 청동기와 같은 예기(禮器)에 용과 사슴, 물고기 등 다양한 동물의 문양이 표현돼 있을 만큼 그 기원은 오래됐다.
옛사람들은 동물이 가진 생태적 속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징성을 부여했고 이를 기물의 문양이나 회화에 적용해 생활과 문화 전반에 활용했다. 동물 각각이 지닌 특징, 신화 및 전설 속에서의 역할과 한자 발음의 유사성 등에 따라서 복(福)·장수(長壽)·부귀(富貴)·공명과 출세 등 인간의 현실적이며 보편적인 소망뿐만 아니라 종교적·정치적 권위와 윤리적 가치 등이 각각의 동물에 상징적으로 투영됐다. 이렇듯 다양한 상징성을 지닌 동물들의 모습이 도자기, 칠기, 복식, 부채 등 기물의 문양으로 장식되고 회화의 주제로 표현됐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화정박물관은 28일부터 ‘동물원(動物園)’이란 제목으로 다양한 동물의 모습이 표현된 도자·칠기·복식·부채 등의 공예품과 회화작품 71건 80점을 소개한다. 화정박물관이 소장한 중국 미술품 가운데 추렸다.
회화를 비롯해 각종 공예에 ‘동물’이라는 주제가 어떻게 표현됐는지 살피고 이를 통해 전통사회에서 각 동물에 대한 인식과 그에 투영된 의미, 가치 등을 살펴보고자 기획됐다.
박물관 측은 “동물의 모습이 담긴 회화와 문양은 화조(花鳥)·영모(翎毛)·어해(魚蟹)·초충(草蟲)·금수(禽獸)·축수(畜獸)·용어(龍魚)·주수(走獸) 등 다양한 용어로 표현되는데 시대에 따라 그 의미와 범위가 다르게 쓰였다”며 “이번 전시에서는 그림과 기물에 나타난 다양한 동물의 모습을 살펴보고 각 동물이 가진 의미가 어떠한 형태로 구체화해 생동감 있게 표현됐는지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12월31일까지다.
한편 화정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김기창의 ‘말’, 장우성의 ‘고양이’, 양기훈의 ‘노안도’ 등 동물을 주제로 한국 근현대 회화 작품 22점이 전시돼 있다. 02-2075-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