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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월성 원전 주민 “생명은 단축되도 행복하게 살고 싶다.”..
사회

월성 원전 주민 “생명은 단축되도 행복하게 살고 싶다.”

운영자 기자 입력 2015/03/25 16:52 수정 2015.03.25 16:52
  경주시 나아리는 월성 원전(월성1·2·3·4호기, 신월성1·2호기)을 끼고 있는 마을이다. 원전에서 직선거리 914m까지는 제한구역이라고 하는데, 주민들은 가깝게는 원전에서 915m 정도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말만 '제한구역'일뿐 실제 이동을 통제하지 않는 실태다. 심지어 공원으로 꾸며진 제한구역에서 캠핑을 하는 관광객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지역에서 나고 자라거나 20~30년 이상 거주한 주민들이 만든 이주대책위는 이 지역 토박이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졌다. 이 중에는 자녀가 한수원에 다니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이들이 뒤늦게 대책위까지 꾸린 데에는 원전 사고에 대한 불안감과 더불어 생계, 건강에 대한 우려, 경주시에 대한 배신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이유라고 한다.
  무엇보다 와 닿는 건 건강문제로 주민들은 "암 환자 천지"라며 "무서운 동네"라고 말했다. 실제 각종 암으로 투병중이거나 사망한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이 중 원전과의 상관관계를 인정받은 건 갑상선암 뿐이라고 한다.
  월성원전이 위치한 나아리와 인근 마을에도 갑상선 질환을 앓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자매 3명 모두 갑상선 질환에 걸린 경우도 있다. 현재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한수원을 상대로 갑상선암 집단 소송에 참가하고 있는 월성원전 인근 주민은 83명이며 나아리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420가구 가운데 갑상선암은 11명, 갑상선 질환은 4명이라는 것이다.
  또한 경주는 지진이 잦은 지역이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해당 마을 인근에서 1991부터 2000년까지 9회,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2회, 2011년부터 2014년 7월까지 14회 지진이 발생했다고 한다. 게다가 월성은 후쿠시마처럼 노후원전 월성 1호기를 가지고 있다. 후쿠시마에서 쓰나미를 겪은 10개 원전 가운데 나이가 많은 1·2·3·4호기가 순서대로 폭발했다. 모두 30년이 넘은 노후원전이라고 했다.
  원전이 들어서게 되면 한수원은 주변지역 주민들에게 '지원금'을 지원한다. 지역발전기금 혹은 마을발전기금, 원전 지원금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들이다. 월성 1·2·3·4호기와 신월성 1·2호기 그리고 방폐장까지. 나아리 주민들은 소위 '혐오시설'을 끼고 산다. 그만큼 받은 지원금도 많다. 가령 최근 논란이 된 방폐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유치에 따른 특별지원금은 3000억이었다.
  얼핏 듣기에는 이 돈을 지역 주민들이 나눠서 갖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지역 주민들도 그렇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가령 방폐장이 들어선 경주시 양남면 봉길리 주민들은 3000억 원을 N분의 1로 나눠 갖는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중 동경주 지역 전반에 배정된 금액은 550억이며 이는 대부분 지역사업에 들어간다. 봉길리 주민들은 현재 대책위원회를 꾸미고 생명이 단축되더라도 행복하게 살고 싶다며 반대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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