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관련 섣부른 입장 표명으로 자충수 두지 말아야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라는 무거운 주제를 둘러싼 논쟁이 점입가경이다.
사드 문제와 같은 중대한 사안을 관련 부서에만 맡겨두는 것을 신뢰할 수 없어 '한목소리'를 내겠다는 주장과 민감한 외교 문제가 걸려 있는 사드를 공론화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견이 팽팽히 대치한다. 이런 가운데 많은 언론사들은 사드 문제와 관련해 논설, 시론, 사설을 쏟아내며 백가쟁명식 논쟁을 벌였고, 사설을 분석하는 논설이 등장하는 이례적인 일도 등장했다.
그러다 보니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와 국민 감정 등이 얽히면서 여론의 혼란은 더욱 가중됐고, 손에 든 패를 허술히 공개하는 자충수가 됐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반대 하에 한국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결정해야 하는 문제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고, 이로 인해 사드와 AIIB는 콤비처럼 함께 논의되면서 '안미경중(安美經中)' 즉 안보는 미국에 힘을 실어주고 경제는 중국에 힘을 실어주는 외교정책을 대표하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현재 중국이 주목하는 대상은 사드 배치도 AIIB 가입도 아닌 '한국 흔들기'이고 한·미·일 삼각동맹에 생긴 '균열' 가능성이라고 본다. 중국은 한국이 안미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 한국이 안미를 선택한다면서 더 큰 유혹을 제시할 것이고, 안미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경제 측면의 보상책인 '당근'을 줄 것이다.
아울러 사드 문제가 터짐에 따라 역사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의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만 유지해서는 안 되고 이제 기본적인 틀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역시 다른 주장과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모호한 추측에 기초한 발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모험적인 발언을 하는 보상의 유혹이 아무리 크더라도 분명한 것은 사드 문제도 그렇고, 안미경중도 그렇고 이런 문제는 천기와 같이 누설돼서는 안 되는 문제라고 본다. 아울러 외교 전문가와 전략가들이 섬세하고 치밀하게 전략을 세워 대응해야 하는 '세기적인 난제'라고 봐도 무방하다.
기자의 한 교수는 오래 전 졸업하는 제자들에게 "우리를 겹겹히 둘러싼 문화의 가벼움에 네 마음을 싣지 마라. 너의 올바름이 우리 모두의 올바름이 되지 않을 일이라면 차라리 침묵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라는 글을 전한 바 있다.
사드 문제와는 별개이지만 중국 옌볜과학기술대(과기대)에서 교환교수를 지낸 적이 있는 또 다른 교수는 한국의 한 일간지의 기사를 지적한 적이 있다. 금주(禁酒)의 쿠웨이트로 파견돼 어려운 조건 속에 노동하는 북한 외화벌이 노동자들이 밀주를 담근 것을 팔아 생활비를 충당한다는 내용인데 교수는 이 기사가 나감으로 말미암아 일어날지도 모를 북한 주민 당사자들에게 당해질 고통을 우려하면서 다수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해 소수의 고통을 경시하는 기사는 과연 정당한 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흔들림 없이 수백 년 동안 성을 지키는 묵직한 성벽같고, 촐랑거리는 시냇물같지 않고 조용한 바다와 같은 언론사의 일원이 되기를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