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12회 마운드 올라 한화 타선 틀어막아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개막전 혈전에는 숨겨진 진기록이 있었다. 바로 넥센의 고졸 신인 김택형(19)의 승리다.
김택형은 지난 28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개막전에서 4-4로 팽팽히 맞선 연장 12회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12회초 선두타자 나이저 모건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한 김택형은 정범모에게 희생번트를 허용해 1사 2루의 실점 위기에 몰렸다. 김택형은 송주호에게 땅볼을 유도했지만 그 사이 모건이 3루까지 나아가면서 위기를 이어갔다.
고졸 신인의 프로 무대 데뷔전이라기에는 다소 혹독한 상황이었다. 자칫 승기를 한화에게 내어줄 수 있었다.
하지만 김택형은 침착하게 강경학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고 실점을 막았다.
넥센이 12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터진 서건창의 끝내기 홈런으로 극적인 5-4 승리를 거두면서 김택형은 승리 투수가 됐다.
개막전에서 신인이 승리투수가 된 것은 김택형이 10번째다. 대졸이 아닌 고졸 신인이 개막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것은 김택형이 처음이다.
넥센의 염경엽(47) 감독은 2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를 앞두고 "경기 막판 김택형과 김대우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김택형이 신인인 만큼 쉬운 상황에서 등판시키며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며 "하지만 누가 나가든 막히는 흐름이라 생각해서 과감하게 김택형을 마운드에 올렸다"고 밝혔다.
이어 "김택형이 잘 되면 큰 것을 얻고, 잘 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위로해주면 될 일이었다. 상황이 김택형을 쓰도록 만들어졌다"고 기용 이유를 설명했다.
김택형은 "계속해서 동점이었기 때문에 더 잘하는 형들이 나갈 것이라 생각하고 마음놓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몸을 풀라고 해서 긴장했다"며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너무 긴장이 많이 됐다"고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관중이 이렇게 많은 곳에서 던지는 것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긴장이 되면서도 "늦게 던지는 것보다 어차피 던질거 먼저 던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면서 마운드에 올랐다는 김택형은 "포수 미트만 보고 공을 던졌다. 최대한 집중해야 했다. 안타를 맞고 긴장되서 심호흡을 하며 던졌다"며 "직구가 좋아서 직구 위주의 피칭을 했다. 강경학 삼진은 슬라이더로 잡았다"고 말했다.
고졸 신인으로 첫 승을 거둔 것에 대해 "부담도 된다. 어찌보면 좋은데 나에게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고 말한 김택형은 "하지만 동시에 자신감도 얻었다. 패전이 됐다면 자신감을 잃었을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