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의 전방부터 후방까지 1200만장 이상의 대남 ‘삐라’(전단)를 살포하겠다고 예고하면서 한반도에 긴장 국면 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신문 1면에 ‘분노의 격류, 전체 인민의 대적보복열기’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역대 최대규모의 대적삐라 살포투쟁을 위한 준비가 끝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앙의 각급 출판인쇄기관들에서는 각계층 인민들의 분노와 적개심이 담긴 1200만장의 각종 삐라를 인쇄하였다”며 “또한 각 도, 시, 군 인쇄공장들에서도 수백만장의 대적삐라를 추가인쇄하기 위한 준비를 다그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2일 현재 3000여 개의 각이한 풍선을 비롯하여 남조선의 깊은 종심(전방에서 후방에 이르는 지역)까지 살포할 수 있는 여러가지 삐라살포기재, 수단들이 준비되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남 비방 이후 단계적으로 행동 절차를 밟아 오고 있다. 지난 9일 낮 12시에는 남북 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했으며, 지난 16일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이어 북한군 총참모부는 지난 17일 대적 군사행동의 일환으로 대남전단 살포 지역을 개방하고 군사적으로 보장하는 것에 대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준을 거친다고 밝혔다.
또 지난 20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합성 사진과 비방 문구 등이 담긴 대남 전단 제작과정을 공개하면서, 문 대통령 얼굴이 그려진 전단 꾸러미 위에 담배꽁초 등을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사진 등을 공개했다.
통일부는 입장문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고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지만, 북한 통일전선부(통전부)는 지난 21일 담화를 통해 “이미 다 깨져나간 북남관계를 놓고 우리의 계획을 고려하거나 변경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대남 전단 사진을 공개하고 통전부가 계획 변경은 없다고 공언한 만큼, 대남 삐라 살포는 시간 문제로 보인다.
특히 북한 총참모부 대변인가 지난 17일 담화에서 대적 군사행동 계획들을 보다 세부화해 빠른 시일 내에 비준을 제기한다고 했기 때문에 북한의 대남 전단 살포 준비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주가 고비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이번 주 당 중앙군사위원회가 개최된다면 전례에 따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주요 사안을 결정하면서 대남 공세 전면에 나오는 모습을 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현재 국면을 김여정 제1부부장이 끌어온 만큼 김정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당 중앙군사위에서 문서로 빠르게 비준하고 행동에 나설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긴장 국면을 피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우리 군 당국은 비무장지대(DMZ)나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전단을 살포할 경우 북한 주민이나 북한군 등과 우리 군 사이에서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대비태세를 유지하며 전방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남한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6·25전쟁 70주년인 오는 25일 전후로 대북전단 살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힌 상태다.
정부는 ‘남북 삐라 전쟁’이 자칫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찰은 24시간 경계 태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경기도는 전단 살포자 출입 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