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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빛의 점령..
문화

빛의 점령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2/01/02 19:02 수정 2022.01.02 19:04

 

칠포2리. 시동을 끄고 내리자 흡, 소리가 나온다. 겨울의 새벽은 마스크를 뚫고 찬 공기를 폐부로 밀어 넣는다. 지난해의 텁텁했던 공기들을 새해의 맑은 것으로 기꺼이 환기하라는 것처럼. 


낡은 건물들을 지나 테트라포드가 무더기로 놓인 방파제를 향했다. 미동 없이 앉아있는 갈매기들의 모습에서 경건함마저 느껴진다. 인간이 모르는 바다의 해돋이 의식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검은색 위로 흑백의 회색이, 흑백의 회색 위로 붉음이 점령한다. 그 붉음은 강렬한 빛으로 풍경에 반영된다. 고깃배와 갈매기들이 부산해진다. 연신 눌러대는 셔터 음이 숨 가쁘게 들린다. 덩달아 호흡도 빨라진다. 뇌는 침착하라고 지시하지만, 고요가 활기로 바뀌는 시작점에 흥분은 당연한 감정이 아닌가. 


해안 가 낡은 건물에도 빛이 닿는다. 해가 뜨기 전, 어둠 속의 건물은 음침한 검은 덩어리 같았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어둠을 감내해야 하는 시간이 있다. 건물 귀퉁이에 회벽은 떨어져 나가고 블록이 드러나 있다. 해풍에 삭은 지붕이 덜렁댄다. 창문에는 찢어진 비닐이 어설프게 덮여있다. 하지만 해가 떠오르는 순간은 모든 사물이 온기를 내뿜는다. 누군가의 꿈을 동여맨 굳게 잠긴 문에도 새해 아침의 빛이 든다. 빛이 세상의 우울을 점령하길.

 


김미영

▶글 쓰는 사람들의 모임 ‘에세이 문’ 회원
▶ ‘포항여성사진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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