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드립니다. 화재가 발생하였습니다. 피난 통로로 대피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선박 안에서 새빨간 연기가 치솟자 사이렌 소리와 함께 화재를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배 안에 있던 소방대원들이 황급히 배를 빠져나오고, 동시에 현장에 있던 소방차들로부터 힘찬 물줄기가 뿜어져 ‘화마’를 잠재운다.
선박화재를 가장한 상황은 발화부터 완진까지 2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특이한 점은 ‘신고자’가 없다는 것이다.
주변의 열과 연기를 감지해 대피 방송을 하고, 119에 화재 신고까지 모두 ‘기계’가 했다.
경북 영덕소방서는 선박화재의 초기 대응 강화 및 어민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IoT(사물인터넷) 기반 선박화재 화재경보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은 선박에 설치된 무선화재감지기가 열이나 연기를 감지하는 즉시 LTE망을 사용해 선주와 119 등 유관기관에 상황을 실시간으로 송신하는 게 핵심이다.
유관기관들은 바다 한가운데서 선박화재가 발생해도 선박의 정보와 위치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
선주들 역시 실시간으로 화재 상황을 문자로 전달받기 때문에 야간이나 새벽에도 선박 화재에 대한 걱정을 떨칠 수 있다.
영덕소방은 경북도로부터 1200여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사업을 추진해왔으며, 지난 달 21일 영덕북부수협에서 첫 시연회를 가졌다. 현재 축산항 어선 2척과 강구항 어업지도선 1척에 시범사업으로 설치·운용 중이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김해성 경북대게어업인연합회 대표이사는 “선박은 24시간 전기가 흐르기 때문에 언제든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데, 무선화재감지기가 사람을 대신에 24시간 경비를 서는 느낌이라 안심된다”며 “선주들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이 같은 사업이 많은 어민들에게 보급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업 기안자인 김태준 영덕소방서장은 “지난 2020년 2월에 영덕 축산항 선박 화재로 5척이 소실되면서 이에 대한 대책 중 하나로 경북도의 지원을 받아 ‘IoT 선박화재 화재경보시스템’을 개발하게 됐다”며 “앞으로 이 사업이 더 많은 어민들에게 확대 시행돼 대한민국 어민 모두가 선박화재로부터 안심하고 어업활동에 종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두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