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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여우는 가라, 바야흐로 남우 전성시대..
사회

여우는 가라, 바야흐로 남우 전성시대

운영자 기자 입력 2014/06/09 21:29 수정 2014.06.09 21:29
관록의 ‘40대 대세’
올해 초 극장을 뒤흔든 건 20대 초반의 여배우들이다.‘수상한 그녀’(감독 황동혁)를 850만 관객 고지에 올려놓은 심은경(20)을 비롯해‘우아한 거짓말’(감독 이한)의 고아성(22), ‘몬스터’(감독 황인호)의 김고은(23) 등의 약진이 돋보였다. 한 동안 새 얼굴 찾기에 골몰한 영화계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여름을 앞둔 6월 영화판은 남자들 세상이다. 범죄 스릴러‘끝까지 간다’, 액션 누아르 ‘우는 남자’, 코믹 누아르 ‘하이힐’, 범죄 누아르 ‘황제를 위하여’ 등 한국영화에다가 할리우드 돌연변이 히어로 블록버스터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톰 크루즈 주연 ‘엣지 오브 투모로우’ 등 외화까지 주로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남성 취향의 영화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국영화 위주로 살필 때 눈길을 끄는 건 이 영화들의 주연 배우가 대부분 40대라는 점이다.
‘끝까지 간다’의 두 주연배우 이선균과 조진웅은 각각 우리나이로 마흔, 서른아홉이다.
‘우는 남자’의 장동건 또한 어느새 마흔셋이 됐다.‘하이힐’의 차승원은 마흔다섯, ‘황제를 위하여’의 박성웅은 마흔둘이다. 그야말로 중년 남자배우 전성시대다. 흥행성적을 놓고 벌이는 이들 40대 배우들의 전쟁에서 누가 살아남을지 지켜보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또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가장 관심을 받는 것은 장동건의 스크린 복귀다. 허진호 감독의‘위험한 관계’ 이후 2년 만에 영화로 돌아오는 장동건이 선택한 작품은 2010년‘아저씨’로 628만 관객을 불러 모은 이정범 감독의 액션 누아르‘우는 남자’다. 실수로 한 아이를 죽이게 된 킬러 ‘곤’(장동건)이 아이의 엄마 ‘모경’(김민희)만은 지키기 위해 처절한 싸움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장동건은 킬러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촬영 전 네 달 반을 액션 연습에 쏟았다. 그 결과, 마흔 셋이라는 나이를 믿을수 없을만큼 민첩하고 대담한 액션을 영화에서 선보인다.
차승원은 4년 만에 새 영화를 찍었다.  장진 감독과 함께한‘하이힐’이다. 2011년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린 그는 한동안 개인적인 문제로 영화와 드라마 모두에서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올해‘하이힐’과 함께 SBS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로 스크린과 TV에 동시 등장하면서 한풀이라도 하듯 연기하고 있다.
차승원이‘하이힐’에서 맡은 역은 이전의 어떤 영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캐릭터다.
학창시절 자신의 여성성을 발견한‘지욱’(차승원)은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 무자비한 경찰관이 된 인물이다. 여성적인 면과 남성적인 면 모두를 연기해야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연기력 면에서는 흠잡을 데가 없다는 평가다.
 누구보다 남성적인 외모를 가진 배우이지만 여장도 썩 잘 어울리고, 여성성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마약 조직원 11명을 제압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어떤 20대 배우도 차승원만큼 액션 연기를 잘 소화해내기 힘드리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신세계’에서 “살려는 드릴게”라는 대사를 통해 전국구 배우가 된 박성웅도‘마흔 전쟁’에 뛰어 들었다. 데뷔 후 첫 주연을 맡았다.
박성웅은 이번에도 정통 누아르를 표방한 영화를 골랐다.
박상준 감독의 ‘황제를 위하여’다.
폭력 조직의 흥망과 두 남자의 우정과 배신을 다룬 이 영화에서 박성웅이 맡은 캐릭터는 대부업체 사장이다.
시종일관 폭발할 듯한 에너지를 보여준 ‘신세계’의 ‘이중구’와 달리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다. 극이 부산을 배경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사투리 연기도 선보인다.
감상 포인트는 박성웅이 이번 영화를 통해 주연 배우로 올라 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연기 잘 하는 조연배우에 머물렀던 그가 전면에 나선 작품이 어느 정도의 흥행성적을 거두는가에 따라 그의 향후 행보는 달라질 것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꺾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끝까지 간다’의 두 주인공 이선균과 조진웅도 빼놓을 수 없다.
40대 배우들 중 막내라고 할 수 있는 이 두 사람의 기세가 가장 등등하다.
칸 국제영화제에 초대 받았고, ‘엑스맨’을 누른 데서도 알 수 있듯 ‘끝까지 간다’는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김성훈 감독의 연출력도 좋지만 이에 못지않게 두 주연의 연기가 뛰어났다는 평이다.
러닝 타임 내내 관객이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건 이들의 탁월한 연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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