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앙된 목소리로 '여당의 원내사령탑'거론 유승민 원내대표 겨냥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발언하고 있다.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전격 행사한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안에 대해 자신이 느낀 정치권에 대한 불만을 고스란히 드러내듯 격앙된 어조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날 오전 국무회의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박 대통령은 우선 임명 뒤 처음 국무회의에 참석한 황교안 국무총리에 대한 당부의 말과 함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처를 주문하는 것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얼마 되지 않아 국회법 개정안 문제를 본격적으로 꺼내들었다. 초반에 다소 경직돼있긴 했지만 차분한 수준이었던 박 대통령의 어조는 국회법 문제를 언급하기 시작하면서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특히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염두에 둔 비판을 내놓은 뒤 정치권을 향해 "구태정치는 이제 끝을 내야 한다"고 호소하면서는 상당히 격한 톤으로 목소리도 올라갔다. 마치 선거 때 유세에 나선 듯한 어조를 이어나가는 분위기였다.
그만큼 메시지도 강렬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법에 대한 발언을 시작하자마자 '보신주의', '당파싸움' 등으로 우리 정치사를 표현하면서 "앞으로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이 저에게 준 권한과 의무를 국가를 바로세우고 국민을 위한 길에만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논란의 정점에 서있는 유 원내대표를 '여당의 원내사령탑'이라고 거론하면서 "정부 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간다"고 겨냥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유 원내대표에 대한 박 대통령의 감정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를 반영한 듯 박 대통령은 '국민의 삶을 볼모로 이익을 챙기려는 구태정치', '배신의 정치',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 등 이내 격한 발언들을 쏟아내면서 정치권에 대한 불만 섞인 표현을 이어나갔다.
이와 함께 이번 사안이 '당·청 구도'보다는 '정쟁 대 경제살리기' 구도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가 담긴 발언도 내놨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 방침을 밝힌 뒤 일자리 창출 및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들은 정작 국회에서 통과시켜주지 않고 있다는 점을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특별법과 영유아보육법의 연계 처리 합의, 관광진흥법과 최저임금법 처리 연계 합의 등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국회와 정치권에서 국회법 개정 이전에 당연히 민생 법안의 사활을 건 추진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묶인 것들부터 서둘러 해결되는 것을 보고 비통한 마음마저 든다"고 강조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16분여의 발언시간 중 국회법 개정안 및 정치권 비판에 10분을 넘게 할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