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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 Do you like 바다?..
문화

포토에세이 : Do you like 바다?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2/04/25 16:26 수정 2022.04.25 16:28

‘나무는 바다를 좋아할까?’
나무를 보러 간 것이 아니었다. 동해면 임곡리에서의 해넘이를 보기 위해서였다. 지난주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바다 건너편으로 지는 해를 보았다. 구름 낀 하늘이라 노을이 옅어 아쉬운 날이었다.
오늘, ‘맑음’의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그곳을 다시 찾았다. 때마침 석양이 바다를 물들이기 시작했다. 일행이 소프라노 톤의 감탄사를 지른다. 바다 건너 포스코의 굴뚝 너머로 해가 진다. 일출의 노을이 가슴을 뛰게 한다면, 일몰의 노을은 가슴에 손을 얹어 도닥이게 한다.
방파제에는 가로등이 켜졌지만, 빛이 겉돈다. 빛이 흡수되기엔 이른 시간이다. 붉은 세상 안에 나무의 몸통이 보인다. 밑동에서부터 가지들이 포개져 있다. 뭉툭하게 부러진 가지는 허공에 뿌리를 내리듯 실가지를 뻗고 있다. 작년 열매도 아직 달려있다. 새들이 아껴놓은 먹이라도 되는 걸까. 나무에 다가갔다.
비스듬한 땅 위에 굳건하다. 손끝에 닿은 수피에서 단단함이 느껴진다. 옹이는 나무가 견딘 모진 시간을 드러낸다. 고개를 들어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새순이 돋은 나무는 바람에 몸을 맡긴다.
그런 유연함이 해풍 속에서 오랜 시간 존재하게 했을지도. 카페의 옹벽이 나무를 비껴 쳐졌다. 나무를 배려하려는 주인의 마음이었을까.
돌아와 보니 나무의 이름을 알아 오지 못했다. 카페의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 저녁때 카페에 들렀던 사람인데요. 한 가지 여쭤보고 싶어서요”라며 나무의 이름이 궁금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나무를 물어봐 주어 고맙다한다. 건물을 지을 때 나무로 인해 걸림돌이 되는 부분에서 고민이 많았단다. 그래도 오래된 나무를 베고 싶지는 않았다고. 그만큼의 세월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고. 나무 주위에는 일부러 조경도 하지 않았단다. 아무래도 조경을 하다 보면 나무에 해가 될 것 같아서라고. 그는 나무와의 타협점을 잘 찾아내었다. 그는 나무를 지켰고, 나무는 바다와 어우러진 풍경을 선물했다. 비 내리는 날, 나는 그곳을 다시 찾을 것이다.
아, 그 나무의 이름은 ‘팽나무’란다.

 

소정 (嘯淨)<br>▶글 쓰는 사람들의 모임 ‘에세이 문’ 회원<br>▶ ‘포항여성사진회’ 회원
소정 (嘯淨)
▶글 쓰는 사람들의 모임 ‘에세이 문’ 회원
▶ ‘포항여성사진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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