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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 너에게는 마땅한..
문화

포토에세이 : 너에게는 마땅한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2/06/02 17:25 수정 2022.06.02 17:29

송라면 조사리. 아이가 방둑 위로 올라선다.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포즈를 달리하며 움직이는 아이의 선이 곱다. 스물넷. 무엇을 해도 눈부심이 당연할 나이이다.
오래전이 되어버린 나의 스물넷은 어땠는가. 암울로 채워졌다 해도, 눈부셨다고 말할 것을 찾아 한참을 더듬는다. 그래도 청춘이었다 포장할 수 있을까.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말하지 못했다. 엄마는 종종 가랑이 찢어지는 뱁새가 되면 안 된다고 했다. 우리가 황새 과는 아니라 단정 지어 주었다. 그런 엄마에게 목표나 도전을 버린 무망으로 반항했었다. 내 게으른 꿈을 엄마의 무지로 떠넘기는 비겁한 행위였다.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며 적어도 나는 엄마와는 다른 엄마가 될 거라 장담했다. 꿈을 심어주는 엄마로 자신했다. 그랬던 내가 한계점을 느끼고 있다.
“네가 생각해도 엄마가 좀 불쌍하지 않니? 라고 시작한 말은 ‘여태껏’과 ‘나도 이젠…싶다’ 의 형식으로 브레이크 없이 질주했다. 순간, 아찔했다. 아이에게 뱉어낸 말이 공간을 떠다녔다.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며 미안해하는 아이에게, 가난한 내가 부끄러워 나온 말이었다.
올해만 지나면 아이가 경제적 독립을 할 거라 기대했다. 준비 안 된 내 노후생활의 대책은 늘 불안한 숙제로 남는다. 아이의 선택에 기꺼이 응원하지 못한 후회와 어쩔 수 없다는 합리화에서 오락가락한다.
힘없이 손 흔들며 역으로 들어가던 아이는 바쁘다며 며칠째 조용하다. 저도 마음이 불편할 것이다. 깊은 생각 끝에 내린 결정일 텐데, 두 팔 치켜들고 지지했어야지. 거침없이 달려들어라, 헤쳐 나갈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 잘 될 거야, 대견하다, 얘기했어야 했다. 엄마로서 마땅히! 하지만 그러지 못했으니 아이는 지금 얼마나 외로울까. 이런저런 생각에 잠들지 못하고 애꿎은 커피를 탓하며 뒤척인다.
푸른 새벽빛에 집을 나선다. 출근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다시 조사리를 찾았다. 아이가 했던 것처럼 방둑 위로 올라선다. 바다를 마주하면 크게 호흡하게 된다. 움츠린 마음을 펴고 싶은 본능일까. 초여름 새벽바람이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 바람을 좇아서 해가 뜬다. 일단 한 발 내딛고 볼 일이다. 말갛거나 구름과 함께 이거나 해는 뜨고야 마니까. 사진을 찍어 아이에게 보낸다. 가벼운 듯 묵직한 몇 글자도 남긴다. 아이에게도 선택에 대한 책임감이 필요하다.
‘너에게는 마땅한 목표와 꿈에, 엄마가 투자할게. 그거 알아? 도전하는 너는 실패해도 남는 게 있지만, 투자하는 엄만 실패하면 쪽박이다. 화이팅!’
메시지를 확인한 아이의 경쾌한 발걸음을 기대한다.

 

소정 (嘯淨)<br>▶글 쓰는 사람들의 모임 ‘에세이 문’ 회원<br>▶ ‘포항여성사진회’ 회원
소정 (嘯淨)
▶글 쓰는 사람들의 모임 ‘에세이 문’ 회원
▶ ‘포항여성사진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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