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인사들 탈당선언...신당 창당 움직임 가시화될까
동교동계로 분류되는 일부 새정치민주연합 호남 지역 인사들이 탈당을 선언한 가운데 이를 계기로 신당 창당 움직임이 가시화될 지 주목된다.
당 중진급 인사인 박준영 전 전남지사는 지난 16일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미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선언하며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제 결정이 한국정치의 성숙과 야권의 장래를 위해 고뇌하는 많은 분들에게 새로운 모색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새로운 세력화의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내고 전남도지사를 3번 연임한 박 전 지사는 옛 민주계의 핵심으로 그동안 친노(친노무현) 주도의 당내 구도에 대한 반감과 중도 성향의 신당 창당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이에 대해 전직 새정치민주연합 당직자와 당원들로 구성된 국민희망시대는 "호남의 혁신 신당을 구축하고 전국정당으로 발돋움하라는 호남인들의 명령에 따라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환영했다.
이에 앞서 당 사무부총장을 지낸 국민희망시대 정진우 회장도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탈당을 선언하며 100명 규모의 대규모 탈당을 예고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신당론에 군불을 지펴온 호남 중진 의원인 박주선 의원과 정대철 상임고문 등도 박 전 지사와의 회동에서 대안 정당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당내 공천 제도를 손 보게 될 새정치연합의 혁신안이 마무리되는 9월 전후로 신당 논의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 의원도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혁신이 부진하고 국민이 동의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신당 참여를 위한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밝혔고 주승용 의원 역시 "호남의 민심이 신당을 향한다면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는 이들의 탈당 움직임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탈당의 명분과 비전이 없고 개개인이 호남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적은데다 현역 의원이 단 한명도 포함돼 있지 않으며 신당 창당을 이끌 '리더'도 없다는 분석에서다.
특히 국민희망시대 정 회장이 탈당할 당시 100여명의 평당원이 대규모로 탈당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지난 주말까지 중앙당이 파악하고 있는 탈당 규모는 15명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호남 민심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솔직히 정치적 영향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언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 분들이 호남 지역에서 갖고 있는 정치적 비중이란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당내에서 바라보는 탈당 움직임에 대해 "전혀 크게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들이 호남 정치의 복원을 외치며 무소속으로 화려하게 여의도로 복귀한 천정배 의원 측에 합류하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천 의원은 새로운 비전과 인물을 강조하며 '뉴DJ', '신정치세력'을 목표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올드DJ'인 이들과 결합하거나 연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천 의원 역시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지사의 탈당에 대해 "예상외의 일이다. (박 전 지사와) 탈당이나 신당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며 "(그가) 어떤 계획이나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현재로선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