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먼 한반도 평화... 北, 60여년간 정전협정 위반 43만건
6.25전쟁 65주년을 앞두고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1사단 장병들이 철책점검을 하고 있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27일로 62주년이 됐지만 한반도의 군사적 대치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최근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사출 시험과 KN-01 함대함 미사일 발사 등 새로운 무기들을 공개하며 군사적 긴장수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정전협정으로 전면전은 중단됐지만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로 고착화된 분단 상황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전협정 이후 포성은 멈췄지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전협정(Armistice Agreement·停戰協定)은 62년 전인 1953년 7월27일 판문점에서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마크 웨인 클라크(Mark Wayne Clark)와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일성(金日成),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 사이에 맺은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을 말한다.
6·25전쟁을 멈추고, 평화적 해결이 이뤄질 때까지 한반도에서 적대행위와 무장행동을 완전히 정지하자는 협약이다.
이 협정 덕분에 3년 1개월 2일간의 전쟁은 정지됐지만 전쟁상태는 계속되는 국지적 휴전상태에 들어가 62년이 흘렀다. 국제관례로 봐도 정전협정이 한반도에서처럼 오랫동안 지속된 사례는 없었다.
하지만 1991년 3월 한국군 장성이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로 임명되고 1992년 4월과 12월에 북한과 중국이 각각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철수하면서 협정 조항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남북은 물론 정전협정 이해당사국들 사이에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이때부터다. 정전은 적대행위를 일시적으로 중지하는 것인데 반해 평화협정은 전쟁 종료를 목적으로 하는 교전당사자 사이의 정치적 조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7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교전 당사국인 남북한과 미국·중국 대표들이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4자회담을 열었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정전협정 이후에도 북한은 끊임없는 도발행위를 감행하며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국방부가 2012년 발표한 국방백서에 따르면 지난 60여년간 북한이 정전협정을 위반한 사례가 43만건을 넘는다.
지난 1968년10월30일 120명의 북한 무장공비들이 야밤을 틈타 모두 3차례에 걸쳐 울진·삼척지역 해안으로 침투해 민간인을 학살했다. 이어 8년 뒤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을 비록해 ▲버마 아웅산 폭파사건(1983)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1987) 등 끊임없이 도발을 감행했다.
특히 2010년 3월 북한의 기습 도발로 천안함이 침몰돼 장병 46명이 희생됐고, 같은해 11월에는 연평도 포격 도발로 장병 2명과 민간인 2명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제1연평해전(1999년)을 비롯해 제2연평해전(2002년), 대청해전(2009년) 등 실제 남북간 해상 교전도 있었다.
북한의 계속된 도발로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고 낙인찍혔다. 또 1·2·3차에 걸친 핵실험과 3차 핵실험 이후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을 하며 국제적 고립을 자초했다.
특히 천안함 폭침 이후 결정된 5·24 대북 제재 조치 역시 5년간 이어지면서 남북관계 역시 경색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서는 남북간의 대화가 필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5·24조치의 해제를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통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하지만 북한이 유엔(UN)사 해체와 미군 철수를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평화협정 논의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동북아 협력 프로세스' 같은 다자간 협의체를 통한 한반도 평화 구축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남북간 부담이 큰 군사회담 대신 '다자협의체'라는 다소 부담이 덜한 형식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고, 이를 기반으로 남북이 경제·민간·문화 등 비교적 협력이 가능한 분야부터 협력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남북간 대화의 통로를 계속유지하며 신뢰를 쌓고, 결국에는 한반도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위해 평화협정을 맺자는 구상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핵 문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을 해소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은 대화와 협력"이라며 "남북간 직접적인 대화가 중요하지만 동북아 다자협의체 등을 통한 북한과의 대화 물꼬를 트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해소과 평화정착은 핵 문제가 풀려야 하는 부분이지만 남북간 혹은 동북아 다른 나라들과 함께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 채널을 가동하면서 점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