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정' 앞두고 지역구 조정 의식...영·호남 지역구 살리기 가능
미국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앞서 행사장에 들어서며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선거제도 개편 문제를 놓고 여야간 공방이 한창인 가운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비례대표를 줄여서라도 지금의 300석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당의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밝힌 점을 두고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미국을 방문중인 김 대표는 1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 지역 동포언론 간담회에서 "지역구 의원수가 늘더라도 비례대표를 줄여서 지금의 300석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 당의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즉각 "현재의 기득권정치를 고착화하는 무책임한 태도로 정치 혁신과 정치 발전에 거꾸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가 의원정수 문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의 이번 발언을 두고 지역구 현역 의원들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현행 3대 1의 지역구 인구편차를 2대 1로 줄이라고 결정하면서 정치권은 선거구획정을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대한 해법을 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인구 상한선(27만8760명)을 초과한 선거구는 36곳, 인구하한(13만9380명)에 미달하는 선거구는 24곳에 이른다.
물론 국회 정개특위는 인구 상·하한선을 어디로 할 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문제는 지역구 246석(비례대표 54석)을 유지하면서 헌재 결정대로 인구편차 2대 1로 지역구를 조정할 경우, 지난 4년간 인구가 늘어난 수도권은 10석이상의 지역구가 새로 생기게 되는 반면, 영·호남의 경우 농촌 지역구를 중심으로 통폐합 지역구로 선정 돼 의석수가 대폭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김 대표의 말대로 "지역구를 늘이고 비례대표를 줄이는 방식"으로 선거구획정이 이뤄지면 통폐합 대상 지역구 의원들의 고민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비례대표가 줄어든 수 만큼 지역구 의석수가 늘게되면 굳이 지금처럼 지역구 조정 문제로 '박 터지는 싸움'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당 핵심관계자는 "인구 상·하한선을 어디로 두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5석 안팎으로 지역구를 늘이고, 이에맞춰 15석의 비례대표 수를 줄이게 되면 헌재 결정에 준하는 무리없는 선거구 재획정이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새정치연합도 헌재의 결정대로 지역구를 조정할 경우 호남에서 의석이 줄어드는 만큼, 그걸 피하기 위해 의석수 증원이라는 꼼수로 선수를 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여야가 여론전을 이어가다 결국 협상 막바지에 가서는 비례대표를 줄이고 지역구를 늘이는 데 전격 합의를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혹은 현행 비례대표 의석수는 그대로 두고 늘어난 지역구 의석 수 만큼 전체 국회의원 정수를 늘이는 선에서 합의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당 관계자는 "김무성 대표가 현역 지역구 의원에게 절대 유리한 오픈프라이머리를 처음부터 고수해 온 것이나, 이번에 지역구 의원 수를 늘이는 방향에 찬성하는 것을 볼 때 확실히 현역 의원들을 의식하는 쪽으로 정책을 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다른 당 관계자는 "지역구는 김 대표의 말대로 상향식 공천으로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줄 수 있지만, 비례대표의 경우 아직도 당 실세나, 청와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자리 아니냐"며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면 그만큼 청와대의 공천 개입 가능성도 줄어들게 되는 효과도 있다"고 김 대표 발언에 숨은 정치적 노림수를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