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전진 배치…여권 '공천 전쟁' 새 국면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이른바 친박계 '선수'(player)들이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으로 속속 귀환하고 있다.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여권의 공천 전쟁이 새 국면을 맞고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19일 6개 부처 부분 개각을 통해 유기준 해수부 장관과 유일호 국토부 장관의 당 복귀를 결정했다. 유 장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친박계 중진이자 소위 '김무성 대항마' 역할을 해 온 친박계 중진 인사다.
당 안팎에서는 유기준 장관의 당 복귀는 앞으로 있을 비박계와의 공천 전쟁에서 친박계의 세 결집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이 유 장관에 대한 신뢰 표시는 지난 해 청와대 '비밀 만찬' 회동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대선 승리 2주기를 맞았던 지난 해 12월 19일, 서청원 최고위원, 최경환 부총리, 정갑윤 국회부의장, 김태환, 서상기, 안홍준 의원 등 친박계 중진 인사들을 불러 2시간여 가량 송년 만찬을 가졌다. 이 만찬회동에는 부산 지역구 친박으로는 유일하게 유기준 의원이 포함됐다.
그로부터 열흘 뒤 유 장관은 당내 최대 친박계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송년 만찬자리에서 김무성 대표에 대해 "전횡을 행사하고 있다"며 강도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유 장관은 당시 송년모임에서 "국가혁신과 경제살리기, 국민적 합의를 모아 힘껏 달려가야 하는 시점에 애석하게도 선명하지 못한 당청관계와 국민 관심을 분열시킬 수밖에 없는 개헌논쟁, 당직 인사권을 사유화하는 모습 등 갈길 먼 정부와 여당 발목을 잡는 일이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다"며 작심한듯 김 대표와 친이계를 싸잡아 비판했다.
또 송년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전당대회에서의 득표율에 비해 대표가 혼자 전횡하는 듯한 모습"이라고 거듭 김 대표를 비판했다.
유 장관은 이후에도 김 대표가 밀던 박세일 여의도연구소 소장 카드를 정면 저지하며, 친박계의 김무성 대항마 역할을 자청했다.
이후 그는 해수부 장관을 거쳐 다시 당 복귀를 앞두고 있다. 현재 청와대와 김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 안심번호 등 공천 룰 문제로 일대 결전을 치르다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 장관의 복귀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다수 여권 인사들은 오는 12월 초 예산 국회가 끝나고 최경환 부총리를 필두로 내각에 나가있던 새누리당 의원들이 함께 복귀하지 않겠냐고 전망했지만, 박 대통령은 이같은 전망을 보란듯이 깨고 유 전 장관과 유일호 장관만 콕 집어서 먼저 복귀시켰다. 이번 개각이 여권 내부 전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유 장관은 그러나 뉴시스와 통화에서 "아직 당에 복귀한 것도 아니고 앞으로 후임 장관이 임명될 때까지 예산안 문제라든가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정치 문제에 이러쿵 저러쿵 언급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아울러 윤상현 김재원 두 대통령 정무특보의 공식 사의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들은 어차피 당에 있으며 정무특보직을 겸임해 온 만큼 특별히 '당 복귀'라고 규정할 필요는 없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들이 대통령 특보라는 타이틀을 뗀 만큼 앞으로의 행동 반경이 더 자유롭게 되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특히 윤상현 특보는 김무성 대망론을 겨냥, "친박 내에서도 대권 주자들이 많다"는 노골적인 언급으로 김 대표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더 나아가 김 대표가 "정치생명까지 걸겠다"던 오픈프라이머리를 백지화 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이 일로 그를 심정적으로 지지하던 당내 비주류 다수 의원들로부터 "또 무릎을 꿇었냐"는 박한 평가를 받고 있고 이 때문에 상당수 의원들은 '이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김재원 특보 역시 지난 달 30일 의총에서 김 대표가 문재인 대표와 합의한 안심번호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며 의원들의 당내 민심을 이끄는 등 친박계의 책사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밖에도 친박계 중진 홍문종 의원, 당 지도부에서는 서청원 최고위원 등이 김 대표를 포위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