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주말 전후 한·중·일 정상 한자리에
한·중·일 정상이 이번 주말을 전후로 한 자리에 모이게 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동북아 외교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청와대는 26일 중국내 서열 2위인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가 박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달 31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공식방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리 총리는 방한 첫날인 31일 박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가지며 한·일·중 3국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한·일·중 3국 정상회의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다음달 1일 개최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또 일본 측에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을 다음달 2일께 갖자고 제안해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일정대로라면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한·중→한·일·중→한·일' 순서로 이어지는 정상외교의 빅이벤트가 짜여지는 것이다. 박 대통령에게는 동북아 외교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판가름날 '운명의 주말'이 되는 셈이다.
2008년부터 시작된 한·일·중 정상회의는 3국이 매년 번갈아가며 회의를 열어왔지만 2012년 5월 중국 베이징에서 마지막 회의가 열린 이후 2013년 서울 회의가 무산되면서 열리지 않고 있다. 일본과 중국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싸고 영토분쟁을 벌이면서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한·일·중 3국 정상회의 재개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지난해 11월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3(ASEAN+한·중·일)에서 3국 정상회의 재개 문제를 꺼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일본의 과거사 인식문제 등을 들어 신중한 태도를 보여 온 중국을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 지난 9월 초 중국 전승 7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3국 정상회의 개최에 합의한 것은 그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박 대통령 주도로 3년여 만에 재개되는 만큼 이번 3국 정상회의는 우리가 동북아 외교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논의될 경제, 환경, 안보, 문화 등 다양한 의제들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동북아에서의 외교력을 확장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일·중 3각 협력은 기존 한·미·일 3각 체제와 더불어 북한에 강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한·중, 한·미 정상회담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한·일·중 회의에서도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8·25 남북합의 준수 등을 촉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한·일·중 3국 정상은 이번 회의 후에 북핵 문제와 관련한 공동선언 채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선언에는 3국 정상은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는 어떤 행위에도 반대하며 북한의 핵실험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만큼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또 통일외교의 연장선에서 한반도 통일이 주변국에 가져다 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하면서 통일에 대한 국제적 지지기반을 확장해 나가는 노력도 기울일 전망이다.
한·일·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관계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할지도 주목된다. 한·일 정상회담은 2012년 5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총리가 가진 것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상태다.
한·일 정상회의를 통해 관계 개선의 모멘텀이 마련될 경우 한·미·일 3각 공조 복원을 위해 관계 개선을 요구해 오던 미국에 화답하는 모양새도 된다.
박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해 나가자는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워싱턴 D.C에 위치한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게 됐을 때 그것을 계기로 해서 양국 간에 미래지향적으로 변화나 발전을 해 나가야 의미 있는 회담이 되지 않겠냐"며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언급했다.
이는 위안부 문제 해결에 있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면 한·일 정상회담의 의미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됐다.
아베 총리도 첫 한·일 정상회담인 만큼 어느 정도 호응하는 태도를 취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지만 일본 정부의 과거사 인식 태도는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이 없어 결과를 낙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