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속한 해결' 공감대…빠른 시기에 차기 협의 개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해결점을 찾기 위한 한일 국장급 협의가 1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됐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제10차 국장급 협의는 2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이어진 오찬에서도 양국 대표들은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상호 입장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 정상이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합의한 이후 9일 만에 열린 이번 국장급 협의에 한국 측 대표로는 이상덕 동북아시아국장이, 일본 측 대표로는 이시카네 기미히로(石兼公博)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자리했다.
이날 협의에서 두 나라 대표는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에 대한 공감대는 공고히 했지만, 동시에 서로의 입장 차이 역시 재확인 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협의에서 지난 2일 정상 합의에 따라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심도 있고도 유익한 협의를 가졌다"며 "이견이 있는 부분에서는 접점을 모색하기 위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차기 협의는 가급적 빠른 시기에 개최하기로 했으며 구체적인 날짜는 외교적 경로를 통해 조율하기로 했다"며 "조금씩 목표를 향해서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시카네 국장은 이날 국장급 협의가 끝난 후 일본 기자단에게 위안부문제가 양국 관계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인식을 고려했으며, 접점을 찾으려 노력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협의에서 일본 측은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설치된 위안부소녀상과 관련해 명시적으로 철거를 요구하진 않았으나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수산물 규제 문제나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한국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가토 다쓰야 산케이 신문 전 서울지국장 문제 등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집중도를 낮추기 위해 국장급 협의에 양국 간 현안을 끌어들이고, 일본 언론 등을 상대로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측은 이날 협의에서 최근 한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 언론을 통해 왜곡된 보도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이러한 것은 외교의 정도를 벗어난 행태라는 점을 지적하고, 강한 유감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장급 협의에서 두 나라가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협의를 하자고 합의한 만큼 양국 간 협의가 속도를 낼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법적 책임 부분과 아시아여성기금을 이용하는 부분 등에 대한 두 나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 세부적인 협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지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근거로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당시 협정이 한일 양국 간 민사적 채무 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남아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아시아여성기금과 관련해서도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매년 예산을 일부 배정해 필리핀과 대만 등 여러 피해국들에게 인도적, 의료적 지원을 해오고 있는 만큼 이 기금에 의미를 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한국정신대문제대핵협의회(정대협)는 1200여회에 걸쳐 매주 수요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정기집회를 열어 일본 정부가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배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시아여성기금과 같은 민간 기금을 통한 '위로금'이 아닌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배상금'을 달라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 없고, (해결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이러한 입장은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