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아 현지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이른바 '코피노(Kopino)'가 국내 법원에서 친자확인 소송을 벌인끝에 승소 판결을 받아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던 한국인 남성이 현지 여성을 사귀며 아들 둘을 뒀지만 한국으로 돌아가 10년 넘게 연락을 끊자 필리핀 여성이 한국에 들어와 수소문 끝에 어렵게 이 남성을 찾았고 소송을 제기해 두 아이가 이 남성의 친자식임을 인정받은 것이다.
소송 과정에서 이 남성은 유전자 검사를 거부하며 버티다 법원의 강제 검사명령을 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국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코피노의 친부를 찾아준 사례는 있지만 재판을 통해 코피노 아빠찾기 소송이 승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코피노 관련 기사에서 “한국인들은 일본이나 미국에 성적 착취를 당한 피해자라고 해왔는데 한국이 경제선진국이 된 뒤로는 가해자로 변모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코피노 문제가 국제사회의 비난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코피노 문제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다.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이번 판결을 계기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코피노를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방치하면 필리핀과 국제사회에서 반한 감정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서둘러 제도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민간에서도 인도적 차원의 지원에 나서야 한다.
일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 태어난 ‘자피노’ 문제로 홍역을 앓았던 일본의 경우 국적이나 취업비자를 받을 수 있는 문턱을 낮춰주거나 현지 일본 기업에 우선 채용하고 있는 점을 거울삼아 코피노들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